독감치료제 부작용 추락 법원 판결에 醫 ‘분개'
내과의사회 “의료 전문·특수·불확실성 전면 부인”
독감치료제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병원에 내려진 5억7,000만원 손해배상 판결로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의료의 전문성, 특수성, 불확실성을 전면 부인”한 판결이라는 비판이다.
대한내과의사회는 2일 성명서를 내고 독감 치료를 위해 항바이러스 주사제를 맞은 청소년이 귀가 후 투신한 사건으로 법원이 병원에 5억7,000만원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이같이 말했다.
내과의사회는 “질병 자체의 동반 증상으로 인한 것인지, 약제 이상반응으로 나타난 현상인지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제기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법원이 인정했다”며 “설명 의무 범위가 명확히 규정된 바 없고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의료행위 모든 과정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최근 의료사고와 관련한 일련의 판결이 의료인에게 모든 법적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판결도 그 흐름에 있다고 우려했다. 내과의사회는 “위법적 의료행위를 하면서 환자의 암 진단을 놓친 한의사에게는 면죄부를 씌워주며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합법화한 법원의 판단기준은 무엇이냐”고도 했다.
이어 법적 위험 부담이 큰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고 지역 의대를 신설해도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내과의사회는 “무엇보다 비고의적 의료과실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시급한 선결 조건”이라며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을 때 국가배상제도를 도입했던 것처럼 필수의료 분야 의료배상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의료분쟁조정·중재에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과의사회는 “보여주기식 정책을 남발하는 행정부, 면허박탈법(면허취소법)과 같은 악법으로 의료계를 옥죄는 입법부,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판결을 일삼는 사법부의 파상공세로 필수의료는 고사하고 있다”며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의료인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게 법적으로 보장하고 의사 결정 과정의 전문성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