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병원' 구현한 분당서울대 SMART 시뮬레이션센터
동의서 작성부터 술기까지 임상 요구 맞춰 몰입감 높여
"교육과 임상 간극 채워 안전한 진료 환경 보탬될 것"
의료계에서 '시뮬레이션 교육'은 신선한 주제가 아니다. 마네킹과 표준화 환자부터 가상현실(VR) 기술과 메타버스(Metaverse)까지 임상 현장을 실감 나게 구현하기 위한 노력은 의학 교육 발전과 역사를 같이 한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교육이 정말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도 꾸준히 따라붙었다. 대부분 교육이 임상 현장의 어느 한순간을 '맛보기'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실제 상황을 미리 겪고 '진짜가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하는 실력을 키우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개소한 분당서울대병원 SMART 시뮬레이션센터는 헬스케어혁신파크 지하 1층에 수술실과 병실, 중환자실은 기본이고 회의실까지 '진짜 병원'과 똑같은 공간을 마련했다. 시뮬레이션룸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들어선 순간 교육생은 "분당서울대병원 어느 한 복도를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 진입한다.
시뮬레이션룸의 환자 시뮬레이터는 모니터와 인공호흡기 등 의료 장비와 연결돼 있다. 수술실 옆에 있는 '조정실'에서 심박수부터 호흡음 등 생체 신호를 하나하나 조정한다. 교육생은 실시간으로 구현되는 '실제 상황'에 따라 "한 사람의 의사·간호사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을 체화"한다. 교수자는 마이크로 환자 말소리를 구현해 실습생과 의사소통하고 카메라로 사각지대 없이 실습장을 지켜볼 수 있다. 이 카메라로 교육 과정을 모두 촬영해 나중에 영상을 복기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다.
간호사들이 사용하는 카트와 PDA도 모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다. 전자의무기록(EMR) 작성 연습을 위해 교육용 EMR 프로그램도 따로 만들었다. 시뮬레이션 교육 전문가인 코디네이터가 만든 가상 환자 기록이 삽입돼 있다. 코디네이터는 "의료진의 숙련도를 키우고 의료사고 위험을 낮춰 환자 안전에 기여한다"는 임상 현장의 요구에 맞춰 시뮬레이션 교육의 '양과 질'을 결정한다.
분당서울대병원 SMART 시뮬레이션센터에서는 신유연·이영복 코디네이터 두 사람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교육을 전공했지만 임상 현장에도 잔뼈 굵은 베테랑들이다. 신 코디네이터는 15년간 수술실에서 일하며 교육 담당 간호사로도 경력을 쌓았다. 이 코디네이터는 신속대응팀 출신으로 CPR(심폐소생술)을 전문으로 했다. 시뮬레이션 교육 준비부터 프로그램 개발과 실습 진행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수술실에 설치한 패널부터 레벨D 방호복 탈의 공간의 전신 거울까지 두 코디네이터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물론 회의실 책상 두께도 신경 썼다.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진짜 병원'과 차이를 느끼는 순간 몰입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신 코디네이터는 수술 동의서 작성 준비가 돼 있는 OSCE·CPX(객관구조화진료시험·진료수행능력시험)실 침대와 책상을 가리키며 "환자를 대면하기 전 '딱 한 번만 미리 연습해 보고 싶다'는 것은 모두 해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여기에 현미경과 미세수술 기구부터 VR 기술을 적용한 복강경 수술 시뮬레이터까지 철저히 임상 현장의 요구도에 맞춰 센터를 만들었다. 실습 기회에 목마른 전공의들 만족도가 특히 높다. 시뮬레이션 교육을 받으러 온 전공의들이 "푹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도 있다.
"실제 상황에 즉각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므로 시뮬레이션 교육은 '단순히 한번 해 본다'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교육 패러다임이 강의자 중심에서 교육생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시뮬레이션센터도 '교육생이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에 역점을 뒀어요. 병원 운영진이 먼저 시뮬레이션 교육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셨기에 가능했죠"(신 코디테이터).
시뮬레이션센터에서 교육받은 전공의와 간호사들의 호응이 크자 "정말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신반의하던 병원 내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교육생 숙련도 향상만큼 교육 시나리오에 맞춰 조정실에서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전공의를 지도하고 그 효용성과 중요성에 공감하는 교수들이 많아진 것도 중요한 성과다.
시뮬레이션센터에서 자체 교육을 진행하는 진료과도 늘고 있다. 코디네이터들은 교육 목적에 맞춰 실습 장소와 장비를 추천하고 프로그램이나 활용할 시나리오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 코디네이터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이제 병원 기반 시뮬레이션 교육이 활성화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임상 현장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대학의 시뮬레이션 교육과 임상 현장에서 부족한 경력과 지식을 보강하는 목적인 병원의 시뮬레이션 교육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시뮬레이션 교육이 교육과 임상을 연결하는 중간점이라면 우리 시뮬레이션센터는 대학과 병원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시뮬레이션 교육 역할이 커지면서 SMART 시뮬레이션센터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팀이나 과 단위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별개로 전공의 '자율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업무를 마치고 언제든지 센터를 찾아 자유롭게 술기를 연마할 수 있도록 내부 프로토콜을 정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지역 의료기관에도 문을 열 계획이다. 병원 시설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따라붙는 보안 문제나 평가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신 코디네이터는 "지역 거점이 되는 병원이자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분당서울대병원의 당연한 역할"이라면서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두 코디네이터는 시뮬레이션 교육이 "한번 해 보는 경험"을 넘어 의대와 병원의 교육·훈련 과정에 "자연스럽게" 포함되길 기대했다.
"병원의 시뮬레이션 교육은 단편적인 경험을 넘어 현장에 필요한 술기를 쌓고 의료진으로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임상 현장의 요구에 최적화된 시뮬레이션 교육을 통해 시뮬레이션센터가 안전한 진료 환경의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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