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한의원, SCI급 논문 제시하며 “인지장애개선 탁월”
의협 한방특위 “동물실험만으로 환자에 처방, 매우 위험”
한의학에만 존재하는 ‘비방(祕方)’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A한의원이 개발했다는 치매치료 탕약이다. 이 한의원은 ‘100년간 치매 치료에 사용된 ○○탕을 현대화해 치매를 치료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A한의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 탕약이 ‘알츠하이머치매 원인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을 감소시키며 인지장애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또 ‘치매 원인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증상 완화가 아니라 원인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인지장애개선 효과뿐만 아니라 ‘간기능을 개선시키고 항우울 항불안 효과도 갖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도 했다.
A한의원은 그 근거가 담긴 논문이 SCI급 국제학술지인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게재됐다고 했다. 특허로 공인 받은 처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A한의원 원장인 한의사 2명은 지난 8일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이 탕약을 6개월 동안 복용한 치매 중기 환자가 “혼자 집을 찾아올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원장 중 한명은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한의학 처방을 실시했는데, 말기 치매 환자가 중기 이상으로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를 직접 봤다”며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계속 접하게 되며 임상실험에 돌입했고 과학적인 입증까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결과였다.
의료계는 동물실험 결과만 있는 한약재 추출 후보물질을 임상시험도 없이 치매 환자에게 처방하고 있다며 ‘경악’했다. 보건 당국이 나서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23일 “A한의원이 치매치료 후보물질의 효과를 근거로 내세운 SCI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저널’에 보고내용은 동물실험에 의한 결과”라며 “수의학이 아닌 이상 동물실험은 인체를 통한 임상시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한특위는 “동물실험을 시작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엄격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최소한 3단계 이상 거쳐 승인받아야 전문의약품으로 투약이 가능하다”며 “설령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의 최종 3상 단계를 통과해도 4상 시험에서 중대한 이상으로 퇴출되는 의약품도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한특위는 “단지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마치 인체에 효과적인 것처럼 광고하면서 환자에게 복용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엄격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협 한특위는 “보건 당국은 한의원의 허위 과장 기사성 광고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과 규제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본연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의협 한특위는 이어 “초기 동물실험에 불과한 자료를 근거라며 사람에게 투약하고, 일부 효과가 있다고 과장하는 A한의원의 비윤리적 행태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의학자들이 어렵게 밝혀낸 AMPK(AMP-activated protein kinase) 연관성 등 의학적 연구 성과를 가로채 한방이 갖지 못한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려는 것은 최소한의 학문적 윤리마저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의협 한특위는 “치매 치료는 장기간 고비용을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허위과장 행위는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고문으로 작용해 고통을 가중시킨다”며 “비과학적이고 비윤리적인 한의사들의 행태는 조속히 근절돼야한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