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한림원, 실태조사 중간 결과 발표
진료 과중에 연구 동기·몰입도·효율성 감소
의정 갈등은 의대 교수의 연구 활동을 위축시켰다. 전공의들이 사직하자 교수들은 연구보다는 진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이로 인해 의학 연구는 양적, 질적 지표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전국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설문조사에는 의대 교수 743명이 참여했다. ‘2024년 의정 사태에 따른 의대 교수의 연구 활동 실태조사’ 최종 결과를 담은 보고서는 오는 11월 발간될 예정이다.
조사 결과, 의대 교수 70% 이상이 2023년 대비 2024년 주당 평균 연구 시간과 논문 투고 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46.7%는 진행 중이던 연구 과제가 중단되거나 연기됐다고 했다.
연구 성과의 질이 저하됐다는 응답도 72.8%나 됐다. 연구 동기(80.5%), 연구 몰입도(82.6%), 연구 효율성(81.6%) 모두 감소했다는 교수들도 많았다. 의학한림원은 “단순한 산출물 감소를 넘어 의학 연구의 질적 기반까지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연구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진료 등 업무 과중(75.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심리적 요인(65.5%)을 지적하기도 했다. 의학한림원은 “실제로 교수들이 번아웃과 스트레스 수준은 매우 심각하게 증가했으며 이런 심리·정신적 소진은 단순한 개인적 상태 변화가 아니라 연구 생산성과 지속성에 영향을 미쳐 연구 활동 전반을 위축시키는 체계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의학 연구 활동이 회복 가능하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회복까지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41.0%였으며 회복이 어렵다는 비관적인 응답도 26.3%였다.
교수들은 연구 활동 회복을 위해 ▲연구비 지원 안정성 및 집행 유연성 확보 ▲연구 기간·시간 보장 체계 구축 ▲연구 행정 부담 완화 및 절차 간소화를 위한 행정 체계 혁신 ▲연구 보조 인력 지원 및 협업 네트워크 보호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학한림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의정 갈등이 의대 교수들의 연구 활동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줬으며, 핵심 지표들이 동시에 악화된 것은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 충격을 넘어 연구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나라 의학 연구는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아왔으나, 이번 사태로 그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연구 활동의 조속한 회복을 통해 국제적 위상을 되찾고 미래 연구 역량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