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의 한칼토크

최근 우연한 기회에 중국 의료를 소개하는 책 〈중국 병원의 속살〉을 저술한 저자로부터 서평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중국 병원과 교류해 본 경험이 있던 터라 중국 의료하면 낙후된 사회주의 의료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현장 의료는 아직 우리보다 못하지만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의료 정책은 눈여겨 볼만한 내용들이 있어서 잠깐 소개를 해 볼까 한다.

중국은 사회주의 의료임에도 불구하고 무상의료는 아니다. 과거 우리의 조합형 의료보험과 유사한 형태의 의료보험을 전 국민이 가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의료 격차가 도농, 동서 간 심각하다는 것, 1차 의료에 대한 불신과 3차 상급병원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우리나라 못지않다는 것, 공공병원임에도 과잉진료와 고가 진료의 신장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우리의 그것과 다르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사회주의 의료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요원한, 우리로 보면 영리병원에 해당하는 민간병원도 즐비하다. 공산주의를 거친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또 공공병원이라도 운영에 필요한 재정은 상당 부분을 병원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중국도 실손형 민간 보험이 있어서 의료비로 인한 고충을 해결하는 창구로 이용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정부가 손 놓고만 있지 않고 민간과 연계한 후이민바오(惠民保)라는 보험이 있어서 상품 설계부터 관여해 공공보험에서 지원하지 못하는 의료비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보험 상품이 망해서 없어진 곳도 있다.

도농 간 의료 격차도 심각하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의사 증원을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실력 있는 의사가 여러 기관에 근무할 수 있게 했고, 상급병원 의사가 아래 단계 또는 지역 병원에 이중으로 근무하기를 권장하기도 한다. 또한 IT를 십분 이용해 원격의료, AI 진단 등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활용되고 있으며 약이 배달되기까지 한다. 파격적이라 할 것이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해 병원 간 이중 검사를 방지하고, 앱을 통해 환자가 자신의 모든 건강 데이터를 저장하고 활용하기도 한다. 전공의 제도? 우리보다 훨씬 대담하고 담대하다. 정부가 일정 부분의 임금 지원을 포함, 통합 관리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중국의 현재 의료 상황은 열악하다. 그러니 그들의 제도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할지 모른다. 그렇기는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태도는 매우 정교하고 지속적이다. 그리고 직진성이다. 덩사오핑의 흑묘백묘 논리가 의료 제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목표는 한가지, 국민의 관점에서 가장 좋은 방안을 고민한다는 것.

우리는 어떨까. 정책의 방향성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 아니 있겠지. 그러나 체감하기가 어려우니 방향성이 없다는 지적을 할 만하다. 늘 하는 말이지만 정책의 비전이 있으면 뭐하누? 의료인들이 알지 못하는데. 정책 방향성의 모호함도 있지만 실행에 있어서도 결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의 의료 정책은 수시로 달라진다. 무엇에 따라서? 정권의 입맛에 따라서다. 어느 정권에서는 공공의료를 주장하면서 모럴해저드를 걱정할 정도로 풀어주고, 어느 정권에서는 자유시장 경제적 관점에서 강조한다. 건강보험료 부과부터 진료 말단에 이르기까지 통제와 간섭은 없다. 오로지 규제 일변도다.

지금은 중국보다 우리의 의료가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정책은 방향성에서 그들보다 못하다. 10년 뒤 20년 뒤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의료 정책의 방향과 비전은 무엇일까. 죽기 전에 들어는 보려나?

박종훈 지난 1989년 고려의대를 졸업하고 1997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근무 중이다. 고려대안암병원장과 한국원자력의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병원협회 싱크탱크인 재단법인 한국병원정책연구원 원장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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