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호소 대신 날선 지적 하는 환자들 늘어
권영직 파트장 “환자·병원 신뢰회복 소통 필요”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장이 환자들의 의료사고 대응 방식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분노와 비난 등 감정적 호소가 주를 이뤘다면, 챗GPT를 활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정확한 정보와 논리적 근거를 갖춘 날선 지적이 병원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권영직 법률서비스파트장은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OSPITAL+HEALTH TECH FAIR, KHF 2025)에서 ‘의료사고 발생과 병원의 대응체계 구축’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하는 의료소송을 꾸준히 증가 추세다. 700병상 규모로 1일 외래 진료 인원만 3,500여명에 달하는 강북삼성병원 법률서비스 파트에서 연간 기록하는 면담 건수는 최소 기준 180여건에 이른다. 의료소송이 늘면서 법률서비스 파트 구성원도 7명으로 늘었다.
권 파트장은 “의료분쟁도 큰 폭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기사만 검색해 봐도 ‘민원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나다”며 “생과 사가 갈리고 악 결과가 발생하는 병원에서 소송은 필수불가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의료분쟁 유형은 수술 후 합병증, 부작용, 설명 부족으로 인한 환자 불신 등이다. 환자들은 “왜 불가피한 후유증을 환자만 감수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병원은 과실 비율과 책임 한계를 설명하지만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단순 민사 소송을 넘어 형사 고소, 진료거부 분쟁, 진료기록 열람 문제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 더해 챗GPT 등장으로 환자들의 의료사고 대응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권 파트장은 “최근 환자나 보호자들은 챗GPT를 활용해 관련 법률과 의학 정보를 숙지하고 오기 때문에 민원 제기 시 감정적 호소보다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주장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편한 진실이었지만 병원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이고 예리한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며 “결국 의료분쟁 대응 핵심은 환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권 파트장은 “환자들은 병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발생한 모든 결과를 병원 책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과실 비율이나 책임 제한에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며 “환자와 병원 간 시각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만큼 객관적 검토와 함께 신뢰 구축을 위한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소송이 길게는 3~4년까지 이어지는 현실에서 불필요한 소모와 의료진 피로도를 줄이려면, 병원 차원의 조정·중재 참여와 신속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경영진도 손해배상을 단순 비용이 아니라 의료진 소모를 줄이는 ‘방어 비용’으로 인식하고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