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벌금 300만원 선고
"사상체질이 환자 특성과 질병 정도 포괄 못해"

'사상 체질'에 따라 진료 전 미리 지어놓은 한약을 환자들에게 준 한의사가 보험사기로 유죄 판결받았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사상 체질'에 따라 진료 전 미리 지어놓은 한약을 환자들에게 준 한의사가 보험사기로 유죄 판결받았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사상 체질'에 따라 진료 전 미리 지어놓은 한약을 환자들에게 준 한의사가 보험사기로 유죄 판결받았다.

대구지방법원은 최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한의사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상당 금액 가납을 명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교통사고로 내원한 환자 2명에게 진료 전 미리 조제한 첩약을 제공하고 진료수가 총 29만4,400원을 청구해 보험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한방 첩약은 환자의 증상과 질병 정도에 따라 필요·적절하게 투여해야 한다'는 자동차보험 진료 수가 기준에 따라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그에 맞춰 처방한 뒤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데도" A씨가 이를 어겼다고 했다.

반면 한의사 A씨는 주말 내원 환자 편의를 위해 사전에 "사상 체질(태음인, 소양인 등)별로 근골격계 회복에 도움이 되는" 한약을 제조한 뒤 교부했으므로 "조제의 예비행위로 봐야 한다"고 항변했다. 환자를 진료한 뒤에 "체질별로 효능이 있는 첩약"을 처방했다면서 보험 사기도 아니라고 맞섰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한의학이 말하는 사상 체질이 '환자 특성'이나 '증상과 질병의 정도'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한방 첩약'이란 환자 별로 다양한 방제가 전제된다. 최종적으로는 병세의 완급과 체질,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하고, 질병의 상태와 환자의 특성에 따라 전체적인 치료 계획에 부합하는 탕법과 복용 기간·양 등을 결정한다"면서 "첩약 수가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 산정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환자는 사상 체질의 차이 이외에도 상병 부위와 정도, 나이, 기저질환, 성별 등의 차이가 존재한다. 사상 체질로만 환자를 구분해 처방한다면, 동일한 사상 체질 내에 존재하는 여러 환자의 개별적 특성에 맞게 처방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진료 기록 등을 살피더라도 A씨가 진료 과정에 환자의 체질 외 특성을 고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방 첩약 처방은 "개별 환자의 증상과 질병 진찰에 따른 한의사 처방전이 필요"한데, 두 환자를 "진찰한 후 작성한 개별 처방전"은 없었다. 각각 8월과 11월에 내원한 두 환자의 기록을 대조했을 때, "특이 증상이 다른데도" A씨가 진료기록부에 "환자 체질만 기록"했을 뿐, 증상과 병명, 처방 내용은 동일했다.

'조제의 예비행위'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자들의 증상이 "그다지 중하지 않아 통원 치료가 가능한 정도"인 점을 봤을 때, 미리 지은 첩약을 "급박하게 복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한의사 A씨가 환자들에게 교부한 한약은 한방 첩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환자에게 한방 첩약을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보험금을 편취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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