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용진 비만당뇨센터장

'위고비 세상에 온 듯 하다.'

최근 외래에서 비만 환자들을 진료할 때 느끼는 생각이다. 약물치료 보다 수술 치료를 주 업무로 하는 외과의사 입장에선 상당히 낯선 모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용진 비만당뇨수술센터장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용진 비만당뇨수술센터장

그간 외래에서 만나는 환자는 예외 없이 비만수술과 관련됐었다. 하루 외래 업무를 기준으로 환자의 70%는 수술 후 환자 관리, 그리고 30% 정도는 수술 전 상담으로 이뤄졌었다.

그런데 2024년 10월 위고비가 국내에서 상용된 후 외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더니 올해 1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외래 환자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이들과 위고비 처방에 대해 상의를 하고 있다.

“위고비는 다른가요?” 비만 환자들은 이미 수년간 다양한 비만치료제(보편적으로 식욕억제제)를 사용해본 터라 약물 치료에 신뢰가 크지 않다. 적잖은 환자들이 치료 시작 초기 일정 정도 효과를 보고, 이후에는 오히려 치료 시작 전보다 체중이 증가하는 요요를 수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때 비슷한 돌풍을 일으켰던 삭센더라는 약이 위고비와 같은 성분이라고 하니 왠지 돈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하는 듯 하다.

그러한 환자들에게 “네 한 6개월의 경험이지만 기존 약들과는 많이 다릅니다”라고 이야기해 준다.

위고비가 기존의 비만치료제와 뚜렷이 차별화 되는 점은 앞선 칼럼(언제까지 비만치료제를 써야 하나요)을 통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 내용을 환자들에게도 설명하는데, 이를 요약하면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의 90% 이상이 의미 있는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고, 16주 이상 그 치료 효과가 지속됐다. 부작용 역시 현저히 낮고, 주 1회 피하주사로 편리성까지 갖췄다. 이에 더해 심근경색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 “그래서 얼마나 맞으면 되나요”라고 질문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이후 서서히 감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답한다.

사실 위고비 또한 뚜렷한 한계가 있다. 기존 비만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중단하면 가파른 요요가 찾아온다는 점이다. 또 현실적으로 가격도 무시할 수 없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지속하기에는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처방하는 의사 입장에서 기존 비만치료제에 비해 확신이 서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이후, 즉 중단 후 발생하는 요요현상을 생각하면 목표와 그 이후를 고려하지 않는 처방은 꽤나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환자들에게 “감량, 그 이후 역시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며 위고비를 권하기도 한다. 외과의사 입장이지만 이런 효과적인 약물이 비만 치료에 쓰이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하기 때문이다.

비만이라는 질병이 잦은 재발과 만성화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명하니까 그냥 한 번 맞아 본다? 동의하기 어렵다. 요요의 최소화와 비용대비 효과를 고려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신중하게 시작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김용진 우리나라에서 고도비만수술 최고 권위자 중 한명으로 손꼽힌다. 단일 고도비만수술로는 최다인 4,500건 이상을 시행했으며, 세계적인 외과수술평가 인증기관 미국 ‘SRC(Surgical Review Corporation)’로부터 비만당뇨수술 인증의사인 ‘Master surgeon’을 국내 최초, 아시아권 5번째로 선정됐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후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비만당뇨수술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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