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 형제·자매들, 막연한 두려움 없앨 유전상담서비스 필요
김현주 희귀질환재단 이사장 “유전상담서비스 접근성 개선해야”
희귀질환 등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지 않도록 전문적인 유전상담서비스를 의료행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막연한 불안감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두려움을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희귀질환재단이 지난 20일 성남시의료원에서 ‘초저출산 위기극복을 위한 유전상담서비스 제도화 필요성’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보호자들은 유전상담서비스 제도 도입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듀센 근이영양증 근육병을 앓고 있는 김민서 군 보호자 엄유진 씨는 김 군의 동생을 임신했을 당시 유전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단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엄 씨는 “아들인 경우 50% 발병확률이 있다는 말을 들었고 태아성별 검사결과 아들이라는 소식에 두 명의 근육병 아들을 키우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생각에 수술을 결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엄 씨는 “지난 2013년 희귀질환재단에서 유전상담서비스를 받은 결과 아들 혼자만 돌연변이이며 기타 가족과 뱃속 태아도 유전 영향을 받지 않은 아이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유전상담 서비스가 있었다면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특히 엄 씨는 “희귀질환 형제를 둔 비(非)장애 자녀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불안과 공포를 갖고 성장하게 된다”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출산을 기피하거나 비혼주의를 주장하기도 한다”고 했다.
엔젤만증후군 자녀를 둔 조애리 씨도 “유전질환 가족력이 있는 성인 비장애인 형제·자매들은 어려움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에 불안과 공포를 갖고 있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유전자 검사와 유전상담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유전상담서비스로 과학적이고 입증된 증거 기반 정보를 통해 건강한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유전 가족력이 있는 경우 선별 지원 대상으로 저출산 대책에 포함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 박선권 입법조사관은 “유전사담서비스는 과학적이고 입증된 증거 기반 정보를 통해 출산을 앞두고 있는 국민들이 취사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정책 개발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입법조사관은 “유전 가족력이 있는 경우 선별 지원 대상으로 저출산 대책에 포함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며 “과학적으로 건강한 자녀를 출산할 수 있다면 정부에서 정책 모델을 만드는데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을 기피하는 심리적 두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도 지원책으로 유전상담서비스 제도화 필요성이 강조됐다.
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은 “희귀질환 가족력이 있는 가정이라면 직계를 넘어 사촌들마저 아이를 낳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 형제·자매들을 상대로 유전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되기 위해서는 임상유전학 전문의와 자격을 갖춘 유전상담사가 제공하는 유전상담서비스를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세밀하게 정책을 들여다보고 설계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박소연 과장은 “저출산 정책 타깃을 3그룹으로 나눈다면 무슨 정책을 써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그룹, 정책을 쓰지 않아도 아이를 낳는 그룹,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그룹인데 현재는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그룹에 타깃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무슨 수를 써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들까지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세밀하게 정책들을 설계하고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