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사태를 계기로 대학병원별로 교수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학교법인과 소송 끝에 법적 지위를 획득한 아주의대교수노조 노재성 위원장의 제안이다. 아주의대교수노조는 국내 최초 의대교수노조로 지난 2018년 12월 설립됐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노 위원장은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11월호에 기고한 ‘아주의대교수노조 신고무효확인소송 각하 판결 의의’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노 위원장은 “현재의 의료사태를 겪으면서 의대 교수들의 진료 여건이 일반 노동자만큼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절감한다”며 “근무시간이나 시간 외 근무수당을 규정하는 법적인 조항이 없어서 사용자가 정하는 대로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학생과 전공의가 없는 온전히 의사로서만 일은 하면서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과도한 근무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급여는 병원이 마음대로 정하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진행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으로 근무 여건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사업 내용에 전문의 당직을 강조하고 있어 의사로서의 업무 여건이 열악해지게 될 것”이라며 “이제는 교원이 아니라 의사로서 노조를 결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이를 통해 국민과 의사 모두에게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의대교수노조가 법적 지위를 얻은 과정도 설명했다. 노 위원장에 따르면 수원고등법원 제3행정부는 지난 9월 학교법인 대우학원이 제기한 아주의대교수노조 신고무효확인소송을 각하했다. 사용자인 대우학원이 노조 결성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판단으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노 위원장은 “교원노조 설립에 관한 매우 중요한 판단”이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단과대학 단위로 설립한 노조는 교원노조법 위반이라고 봤다. 이에 대우학원은 아주의대교수노조 설립신고필증 교부 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아주의대교수노조는 지난 2023년 1월 법외 노조가 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노조 설립에 사용자는 관여할 당사자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대우학원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노 위원장은 “판결을 뒤집으려는 기대보다는 가능하면 오랫동안 계속 조합 지위가 미확정 상태라고 주장하기 위한 의도”라고 봤다.

노 위원장은 대학병원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교수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노조 설립을 결심했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보통 병원과 의대에서 교수는 정책 결정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게 다른 직능에 비해 수월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 경영 목표가 이익 증대에 맞춰지고 주요 보직자의 역할이 리더라기보다 병원의 최고경영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교수 의견을 중히 여기지 않게 됐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점점 병원 수익에 대한 압박은 높아지고 진료 환경과 근무조건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임상교수의 피고용인으로서의 현실적 문제의식과 진료환경이 교수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위험해지고 있었다”며 노조를 설립해 “진료환경과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