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교수 "이해당사자는 구색으로 포함"
"정책 수용도 높이는데 기여 못하는 구조"
보건의료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정부 방식이 의대 증원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화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선희 교수는 한국보건행정학회가 발간한 보건행정학회지 최신호에서 ‘보건의료정책, 의사결정체계 혁신이 필요하다’는 글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의사 인력 증원은 의료자원의 일개 요소를 변화시키는 정책인데 세부 정책이슈가 의료계를 뒤흔들고 있다”며 “보건의료정책은 전문가 집단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기에 정책 갈등이 상존하는 대표적인 정책분야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유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의사 정책 결정 과정이 신뢰성과 투명성을 잃었으며 의대 증원 정책이 대표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논의 형식이 정책 수용도를 높이는 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사태에서 정부는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논의 형식은 갖췄으나 논의 구조의 권위와 신뢰성은 담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분야는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국민 복지에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주요 의사결정에 각종 위원회라는 논의 구조 형식이 일반화돼 있다”며 “외형상으로는 협의기구가 작동되는 구조이나, 이해당사자를 구색으로 포함시켰을 뿐 '공익 대표'라는 명칭으로 정부의 영향력이 작동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체계가 동일한 형식"이라며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에 부합되는 정책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의사결정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신뢰도를 회복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 신뢰는 정책 수용도를 개선하고 결과적으로 정책 성과를 높이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정부 신뢰가 낮다는 것은 정책 실행의 장벽과 비용이 많이 소요한다는 점에서 정책 효율성과 효과성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신뢰를 높이는 요소인 정보 및 정책 결정의 투명성 확보와 합리성 제고 등은 정책 결정 과정의 당면 과제와 맞닿아 있다”며 “의사 인력 증원 규모 논의 못지않게 무너진 정부 신뢰를 회복하고 민감한 정책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시스템을 돌아보고 복원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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