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환자 경험” vs “있는 제도부터 제대로 활용”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인력전문위원회는 14일 오후 서울역 T타워에서 '전공의 수련 내실화 방안' 주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인력전문위원회는 14일 오후 서울역 T타워에서 '전공의 수련 내실화 방안' 주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인력전문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다기관 협력 수런체계’에 대해 현장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찬성 측은 다양한 환자 경험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반대 측은 과별 상황을 고려하고 현 수련체계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개특위 산하 의료인력전문위원회는 지난 14일 서울역 T타워에서 ‘전공의 수련 내실화 방안’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든솔 부연구위원은 전문위에서 논의 중인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 운영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는 의료특위 첫 발표 시 ‘의원급에서도 전공의 수련을 한다’는 이유로 관심을 끌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지에 대해 의료계 이목이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고 연구위원은 우선 ▲전공의 수련과 전문의 종사 간 불균형 ▲수련환경 차이 ▲다양한 임상 경험에 대한 전공의 수요 등을 다기관 협력 수련이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 개요로는 책임기관이 전공의가 다양한 임상현장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기관 협력 수런체계를 구성해 운영하며, 정부가 재정적‧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책임기관, 협력기관, 정부가 해야 할 역할도 정리했다. 책임기관은 협력 수련체계을 구축한 후 협력기관별 수련내용 등을 고려한 수련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공의 수련을 총괄한다. 이때 책임자로 (가칭)교육전담전문의를 둔다.

협력기관은 책임기관이 마련해준 틀에서 전공의 수련을 하고 전공의 평가 등도 진행한다. 담당자로 지도전문의가 배정된다.

정부는 이 사이에서 사업을 총괄 관리하며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하는데, ▲교육전담전문의 인건비 ▲프로그램 개발비 ▲운영비 ▲전공의 파견 소요 비용 ▲정원 배정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 활용 등이 예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 운영 시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는 ▲참여기관의 기본적인 역량 및 질 확보 ▲협력기관이 수련체계를 인력 보충으로 활용하지 않을 전략 마련을, 효과적인 수련을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 마련 ▲전공의 숙소 등 생활지원 방안 마련 등을 꼽았다.

또한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과 연계해 의료제공과 이용에서 활용하는 협력체계를 수련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소청과, 산부인과 등 도입 불가능

하지만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 추진에 대해 현장 의견은 엇갈렸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윤신원 수련교육이사는 소청과, 산부인과 등은 소아 감소 등 현실적인 이유로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출산율 감소, 소아인구 급감 등으로 의료낙후 지역은 소아 자체가 없다. 때문에 산부인과 소청과 등에서 수도권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 50대50 조정처럼 추진하면, 협력 수련병원에 가서 아무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다 오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2차 기관으로 가면 3차 병원에서 못하는 다양한 술기나 시술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인데, 파견지에 실제 환자가 없을 수도 있다”며 “또한 의료사고, 의료분쟁 등의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산백병원 이성순 원장은 “지금 있는 수련체계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로 전공의를 다른 병원에 보내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대학병원 전공의 수련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 외에도 인턴과 전공의가 소수 배정된 기관은 정원을 회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인턴 정원이 5명 이하인 곳은 비효율적이고 교육 전문성이 떨어진다. 인턴 정원은 최소 10명 이상이어야 교육의 질이 좋아지고 근로조건도 지켜진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필요해 1~2명씩 배정하는 정책 정원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의대 외과 주재균 교수는 “전문위에 참여해 세번이나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 도입에 대해 들었는데 이해가 안된다”며 “협력 수련을 통해 일반의를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흔한 질환을 보는 전문의를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한내과학회 김대중 교육수련이사는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이사는 “굉장히 오랫동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과학회에서는 모자 수련을 통해 전공의가 다양한 환자를 경험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며 “이런 곳에 전공의 정원을 더 주려고 해도 학회 차원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를 위해서는 병원 간 니즈가 맞아야 하고 전공의가 피교육생 신분이라는 것이 명확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교육비를 모두 부담하는 것이 약속돼야 한다”며 “모든 연결고리의 핵심은 정부가 재정을 어느 정도 투자할 수 있느냐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사랑병원 김태완 이사장은 “규모가 큰 병원일수록 특정, 세부환자를 진료해 술기나 집도 경험이 굉장히 빈약하다”며 “전공의들에게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시범사업 등 도입 시 다른 정원을 빼오는 것이 아니라 별도 정원을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련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급여 지급, 사건사고 해결 등이 과제인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 모범적으로 자리잡고 확대되면 전공의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 역시 “전문의로 근무하기 위한 다양한 진료환경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위해서도 공동수련은 필요하다”며 “다만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전공의들이 여러 기관을 거치기 위해 매번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이사장은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를 통해 많은 술기를 경험할 것이라는 전제는 위험하다. 어느 기관이나 환자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며, 국가의 비용 부담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천시의료원 조승연 원장 역시 “국가책임을 강화한 상태에서 통합수련과 네트워크 수련이 필요하다”며 “지역공공병원이 전공의를 수련시키고 키워내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현장에서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전문위 주요 과제”라며 “예산을 담은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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