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구성 변화 요구에 인정기관 재지정 요건 추가
평가 기준 변경 시 교육부 사전심의 요구, 의평원 거절
“평가·인증 기준 강화하면 승인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
2025학년도 정원이 10% 이상 증가한 의대에 대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를 앞두고 교육부가 그 과정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반발을 사고 있다.
교육부는 의평원 이사회 구성을 바꾸고 주요변화계획서 평가 등을 포함한 평가·인증 기준을 바꿀 때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정원 10% 이상 증가는 ‘주요변화’로, 이미 인증을 받은 의대도 계획서를 제출해 의평원 인증관리위원회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는 증원된 2025학년도 의대 입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6년간 매년 진행된다. 이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은 의대를 졸업한 학생은 의사국가시험을 볼 수 없다.
정부 배정으로 2025학년도 정원이 10% 이상 증가한 대학 30곳 모두 현재 교육여건으로는 주요변화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정원 느는 의대 30곳, 이대로면 인증평가 '탈락'…서남의대 사태 재현?).
교육부 오석환 차관은 지난 4일 긴급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안덕선 의평원장의 발언을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일축했다. 이어 의평원 이사회 구성이 의사에 편중돼 있다며 소비자단체 등이 공익 대표로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오 차관은 “현재 전문가 중심인 의평원 운영체계를 전문가와 소비자단체, 다른 민간 전문가들도 공익대표로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세부 사항은 의평원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주요변화계획서 평가 등을 변경할 경우 교육부 산하 인정기관심의위원회에서 사전 심의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지난 5월 의평원을 ‘고등교육 프로그램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다시 지정하면서 이를 전제 조건으로 명시한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 추가된 재지정 조건은 ‘주요변화계획서 평가, 중간평가를 포함한 평가·인증 기준, 방법 및 절차 등 변경 시 인정기관심의위에서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평원은 수용할 수 없다며 교육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두 달 뒤 교육부는 브리핑에서 다시 이 문제를 꺼냈다. 그 사이 교육부는 의평원과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변화 평가 시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한 이유를 묻자 교육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은 “의평원 (인정기관) 재지정 심의가 있던 시점에는 주요변화계획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새로운 부분들에 대한 기준 평가나 절차가 나타날 때는 그 부분을 사전에 제출해서 우리가 보는 것으로 조건을 단 것”이라고 했다. “역할 전환”이라고도 했다.
의평원 내에서는 이사회 구성보다 사전 심의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전 심의를 이유로 정부가 평가·인증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학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교육부가 평가 기준을 심의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있다.
의평원 관계자는 5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세월이 흐르거나 글로벌 기준이 바뀌면 우리도 평가·인증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건 평가에 개입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평가·인증 기준을 강화하면 승인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 보인다”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의평원 이사회 구성이 일부 바뀐다고 해서 평가·인증 기준까지 바뀌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평가·인증은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이기에 별도 전문가로 구성된 판정위원회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며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지만 이사회에서 번복할 만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대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주요변화 평가를 앞두고 의평원 이사회 구성 등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의대 증원 이후 교육 질 저하를 걱정한다는 증거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성균관·서울·울산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증원을 해도 의학교육 질 저하가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면 기존 기준대로 각 의대가 심사를 받게 하라”고 했다.
의평원 안덕선 원장(연세의대)은 “평가 결과가 공정과 신뢰, 타당함을 갖추려면 이미 공표한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원칙대로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기대나 외압은 의평원 평가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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