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윤석준 보건대학원장, PA 업무범위 등 논의 필요
정재훈 교수, “사다리 걷어차기로 느껴질 수도…점진적 논의”
전공의 집단사직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 노동 의존도를 낮추고 수련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인 업무범위를 포함한 진료지원인력(PA) 제도화 방안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하는 만큼 점진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병원협회가 12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한 ‘The 15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4’(KHC 2024)에서 ‘한국 의료 이대로 주저앉는가’를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 참석한 의료 전문가들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을 위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 윤석준 보건대학원장은 “전공의의 근로자로서 역할을 메워줘야 한다. 전문의만으로는 운영할 수 없다”며 “PA와 간호사 역할이 필요하고 종합적으로 재설계 단계에 와 있고 필요한 변화라고 보이지만 불행히도 그런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이런 변화를 맞이하고 있어 상당한 혼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PA 연구를 몇 년 간 해왔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의사와 간호사, PA 간 업무행위에 대해 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우리나라 병원 환경에서는 구분하기 어렵고 더욱이 직역에 대한 배타성이 강해 쉽지 않다”고 했다.
윤 원장은 “전공의가 갑자기 없어졌고 (돌아온다 하더라도) 과거 방식대로 갈 수 없다는데 (전문의 중심 병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하면 그 대안은 무엇일지, 병원 현장에서는 의료인력 간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PA 연구를 수행해 온 경험으로는 그 자체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윤 원장은 “이를 위해 전공의가 빨리 (의료현장으로) 돌아와야 하고 정부가 병원 내부에서 어떤 형태의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지 구체적인 세부정책이 없다. 정부의 세부정책 등과 맞물려 재정리되는 과정이 있어야 혼란이 적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에 앞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을 논의하기 전에 전공의들의 입장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급진적인 전공의 수련환경 정책이 오히려 “사다리 걷어차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급진적인 정책 추진보다 점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전공의들이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시간을 버텼는지 생각해보면 고통의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이 지나 전문의가 되면 면허로 보호 받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 고생에 대해 보답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세대 간 약속이 있었는데 필수의료 위기 등이 세대 간 약속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사다리 걷어차기처럼 느껴졌을 것”이라며 “전공의 없는 병원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전공의 없는 병원은 비용이 증가하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들이 계속 펼쳐지고 있는데 지금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면서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진통이 있더라도 의료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현재 의료체계 갖고 있던 왜곡된 현실들을 전 국민이 직시하면서 진통 있더라도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합의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적기가 아닌가 생각도 든다”며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과연 운영 될 수 있을 것인지 아프지만 시험대 같은 기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정책관은 “병원 내 인력 간 업무영역에 대해서도 각자 병원들에게 맡겨놓고 자율적으로 한다는 명분하에 정책적으로 개입 못했던 점도 있었다”며 “의료개혁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 이루며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대학병원 의료행위의 양이나 병상의 양,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려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이 체계로는 병원 수입을 내면서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가는 것은 오랜 시간과 비용 많이 드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인력은 전문의 중심으로, 행위량은 줄여 볼륨 줄이면서 병원 재구조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