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에 트로델비 보험급여 신청...환자 지원도
손주혁 교수, "2차 치료 OS, PFS 달성...임상 가치 충분"
길리어드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 신약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의 보험급여를 신청하며, 급여 전까지 환자들의 약제비 일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연내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유방암 전문가들은 예후가 불량하고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은 재발성 혹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최후방' 약제로서 생존 혜택을 입증한 트로델비의 임상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국내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지난 7일 '트로델비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 현황 및 트로델비가 가지는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트로델비는 최초의 'Trop-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로,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전에 두 번 이상의 전신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 중 적어도 한 번은 전이성 질환에서 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허가 받았다.
최근 항암제사업부를 신설한 길리어드사이언스 코리아가 처음 국내에 선보이는 항암 신약이기도 하다. 현재 길리어드는 유방암, 거대 B세포 림프종 등 주요 고형암과 혈액암 분야에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으며, 그 중 6개 암종은 이미 미국과 유럽 승인을 확보하고, 그 밖에도 14개 암종에 대한 임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특히 트로델비는 삼중음성 유방암 외에도 전이성 방광암, 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 분야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 중이며, 길리어드는 2030년까지 유방암을 포함해 폐암, 방광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의 치료 혁신을 통해 전 세계 50만 명 이상의 암 환자에게 트로델비의 치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트로델비는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와 마찬가지로 유전자 변이나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유방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에서 높은 발현을 보이는 'Trop-2' 단백질과 결합해 종양 세포 내부로 약물을 방출함으로써,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종양 세포뿐만 아니라 종양미세환경까지 파괴하는 효과를 가졌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지형 교수는 먼저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 현실을 알렸다.
김지형 교수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이 모두 음성인 유방암으로, 유방암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임상 양상을 보이는 아형"이라며 "다른 유방암 아형과 비교해 전이와 재발의 위험이 높고, 뇌나 폐로 전이되는 경우도 많으며, 재발하거나 전이성인 경우 5년 생존율이 12%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재발성 혹은 전이성 환자의 경우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요법으로 사용되나 잦은 다약제 내성, 낮은 반응률 등의 한계가 존재하고, 항암화학요법으로 1차 치료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무진행생존기간이 3~4개월에 불과하다"며 "최근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효과를 입증한 신약이 등장했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 여부나 PD-L1 발현율 등에 따른 사용 제한이 있다. 특히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는 트로델비의 3상 임상인 ASCENT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트로델비가 가진 임상적 가치를 설명했다.
ASCENT 임상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에 트로델비와 단일항암화학요법(Treatment of Physician’s Choice, TPC)을 비교 평가한 연구로, 연구 결과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트로델비 치료군에서 11.8개월, 대조군에서 6.9개월로 49%의 사망 위험 감소를 보였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각각 4.8개월 대 1.7개월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7% 감소시켰다.
뿐만 아니라 뇌 전이가 없는 환자에서 트로델비는 OS와 PFS를 각각 52%(12.1개월 대 6.7개월, 위험비 0.48), 59%(5.6개월 대 1.7개월, 위험비 0.41) 개선시켰다.
손주혁 교수는 "트로델비는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가졌으며, 건강과 관계된 삶의 질(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HRQoL)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향상을 확인했다"며 "이 같은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등 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에 트로델비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손 교수는 "국내에서 2차 이상 치료에 '에리불린(제품명 할라벤)'을 사용한 지 벌써 10년 이상 됐는데, 에리불린의 경우 OS 개선만 입증했을 뿐 PFS 개선은 입증하지 못했다"며 "트로델비는 OS와 PFS 모두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한, 임상적 가치가 충분한 치료옵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트로델비의 보험급여 신청 현황을 공유하며, 환자지원프로그램의 가동을 알렸다.
트로델비 안건은 현재 항암제 급여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으며, 회사는 트로델비 급여 전까지 환자들의 치료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약제비 일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연내 시작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