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의대 아리프 카말 교수, APHC 2023서 IT 활용 제안
"완화의료 설명 시간 단축만으로도 긍정적 효과"
고령화로 인해 완화의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IT를 활용해 완화의료 의료진의 번아웃을 줄이고 업무 수행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듀크의대 종양학과 아리프 카말(Arif Kamal) 교수는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와 APHN(Asia Pacific Hospice Palliative Care Network)이 지난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공동 개최한 ‘제15차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완화의료 학술대회(Asia Pacific Hospice, APHC 2023)’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카말 교수는 완화의료 의사들의 번아웃을 지적했다. 암 환자 증가 추세 등으로 인해 완화의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업무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카말 교수는 “의사들이 하는 다양한 시술과 처치로도 말기 환자를 지원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 부분 있다. 이런 문제로 의사들은 상당한 번아웃을 경험하게 된다”며 “우리가 직면하는 의료 환경의 특성상 효율성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 과도한 업무와 감정적인 소진으로 업무를 떠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카말 교수는 “데이터를 보면 완화의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반면 의료진의 공급이 적어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시점이 발생한다. 향후 암 발생률은 늘어나지만 완화의료 의료진의 수는 줄어들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며 “이를 감당하려면 의료진의 수가 늘어나야겠지만 매우 어렵기에 IT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카말 교수는 IT를 활용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을 각종 의료 분야에 접목하고 있는데 이를 완화의료에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례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소개했다.
첫 번째는 완화의료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방편으로 구축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소개했다. 바로 완화의료 제공의 질을 입증하고 개선하기 위해 수립한 단체인 ‘Global Palliative Care Quality Alliance(GPCQA)’를 통해 구축한 완화의료 빅데이터 수집 플랫폼인 ‘qdact’이다.
qdact은 완화의료와 관련된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수집한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3만7,000여명의 환자 케이스와 약 310만건의 임상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이를 통해 의료진들이 같은 상황에서 다른 의사들이 어떤 처치를 수행했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것이 카말 교수의 설명이다.
카말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다른 의사들의 데이터를 참고해 자신의 처치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암 환자가 진료 예약을 잡을 때 향후 발현할 증상과 이에 필요한 처치도 예측할 수도 있다”며 “의학적 근거를 수집할 때 나만 알고 있다면 발전시키는 게 어렵지만 이를 공유한다면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로 완화의료에 대한 환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였던 개발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카말 교수는 환자들이 완화의료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얻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설명하며 “완화의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환자들이 완화의료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적다. 인터넷에 완화의료를 검색하면 무서운 글만 적혀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에 환자들에게 완화의료를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설명하는 웹사이트 ‘PC(palliative Care) for me’, 암 환자를 위해 암과 관련된 사항을 안내하는 ‘elos(extra layer of support)’, 자신에게 맞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설명하는 ‘HOPE(Hospice Preparation and Education)’을 예로 들었다.
각각의 사이트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후 약 2분 정도의 간단한 영상을 통해 관련 정보를 설명한다. 이를 활용하면 의료진이 환자와 상담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말 교수는 “예약 환자에게 관련 링크를 보내 미리 숙지하고 오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몇십 분 동안 완화의료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줄이고 바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며 “완화의료를 잘 모르는 타 과 의사도 활용할 수 있다. 완화의료 의사가 매번 직접 가서 설명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카말 교수는 “구체적인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에게 완화의료에 대한 설명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쉽게 개발할 수 있다. 우리 연구팀도 관련 프로그램을 학부생들과 개발했으며 AI를 활용해 텍스트로 입력한 내용을 영상으로 변환했다.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기에 개발해보는 것도 권유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