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요암요②]김영생 교수 "자궁경부암 조기 환자가 전부는 아냐"
"면역항암제 급여등재 어렵다면, 병용 약제라도 급여 전환 펼요"
혁신적인 항암 신약의 개발, 유전자 기술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발견 등 최근 항암 치료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 어느 분야보다 ‘맞춤형 치료’가 현실화되는 모습인 것.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국내 암 환자 치료 환경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청년의사는 코리아헬스로그와 함께 4명의 국내 암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개최했다. 암 전문가들로부터 국내 항암 치료의 현실과 개선점, 그리고 필요한 환경 변화에 대해 들어보는 ‘암요암요’(암 전문가가 요구하는 항암 치료 환경 변화의 요점) 시리즈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최근 자궁경부암이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면서 조기 발견율이 높아졌지만 정작 위험한 재발 및 진행성 자궁경부암의 치료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가천대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영생 교수는 최근 본지와 코리아헬스로그가 주최한 좌담회에서 자궁경부암 치료 환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자궁경부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HPV 백신접종이 활발해지고 정부에서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자궁경부암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조기 발견율이 높아졌지만 반대로 진행성으로 발견되는 환자들은 소외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자궁경부암은 1기 또는 2기 초에 수술로 치료받은 환자 중 5~20%에서 암이 재발하는데 재발 환자 중 50%는 1차 치료를 받은 후 1년 내에, 나머지 50%는 3년 내에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진행성뿐만 아니라 재발 자궁경부암 환자도 다수 존재한다는 것.
'2019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유병자수는 5만 8,983명으로 여성이 걸리는 암유병자 중 5위로 확인됐다. 이는 폐암 유병자 4만 1,003명보다도 많은 숫자다. 발병 연령은 50대 28.9%, 60대 24.4%, 40대 16.5% 순으로 집계됐으며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군의 비율이 높았다.
자궁경부암의 치료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등장 이전에 항암화학요법이 주로 사용됐다. 1차 치료로는 시스플라틴 단독 또는 시스플라틴 및 파클리탁셀 병용이 권고됐다.
이후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의 등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펨브롤리주맙이 2018년 미국식품의약품국(FDA) 승인받았으며 나아가 2022년에는 국내에서도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경부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베바시주맙(제품명 아바스틴)을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는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받았다.
PD-L1 발현 양성(CPS≥1)이라는 조건이 있지만 KEYNOTE-826 3상 임상시험을 통해 무진행 생존(Progression-Free Survival, PFS)과 전체 생존(Overall Survival, OS)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 결과, 키트루다군은 mPFS가 10.4개월, 대조군은 8.2개월로 나타나 키트루다군은 대조군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8% 낮췄다. 24개월 시점에서 전체 생존율은 키트루다군이 53.0%, 대조군이 41.7%로, 키트루다군에서 사망 위험이 36% 감소했다.
문제는 이러한 치료가 국내에서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
김영생 교수는 "자궁경부암에서 키트루다가 급여가 안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펨브롤리주맙 도입 전에는 생존 기간이 길어야 1년 6개월이었는데 해당 약제를 사용하면 2년이 넘어간다. 완전히 게임 체인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면역항암제로 치료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초기에 써야 더 효과가 있고 심지어 기존 항암요법에 비해 효과가 확실하다"며 "베바시주맙과 같이 사용하면 반응률이 60~70%가 나오고 완전반응(CR)도 20%까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NCCN 가이드라인은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을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경부암의 1차 표준치료법으로 우선 권고(Preferred Regimen)하고 있다.
김 교수는 "1차 치료의 기회를 놓치면 2차 치료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는 암종과 달리 자궁경부암은 처음에 사용 못하면 영원히 못한다고 본다"며 "치료 효과가 좋기 때문에 이 찬스를 놓치기 아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임상 디자인도 잘 구상해 CR이 오면 2주기만 더 쓰면 약제를 중단할 수 있어 환자의 반응만 좋다면 8주기만에 약제를 중단한 수 있다"며 "이 약제를 급여등재한다고 해서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 큰 타격을 줄 것인가 고민한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렵다면 백본(베바시주맙+화학요법)만이라도 급여를 해주길 바란다"고 첨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