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정신과의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우울증 치료는 약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심리상태나 주변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데, 기준을 개정할 경우 잘못된 치료로 오히려 우울증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우울증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었다.
다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인데, 그렇다면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기준을 완화하거나 개정하는 대신 우울증 환자 치료 시 가이드라인을 재정비 해 경증과 중증 환자를 제대로 나눌 수 있게 하고, 약물만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환자의 정신과 전원을 원활하게 해준다면 양 측이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전세계적으로 볼 때 우울증 환자의 약 25%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신경과와 정신과, 예전에는 한 과였던 양 측이 조금씩 양보한다면 숨어있는 75%의 우울증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지금은 서로 한발 물러나 사태를 직시하고 서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협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게 바로 양 측 모두가 원하는 ‘우울증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길’일 것이다.
곽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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