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정신과의사에 한해 SSRI 항우울제 처방을 60일로 제한하는 급여기준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신경과의사들을 중심으로 ‘높은 자살률 등으로 인해 갈수록 우울증 치료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치료를 위한 약 처방을 제한하는 것은 결국 환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대한뇌전증학회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과 함께 ‘4대 신경계 질환(뇌전증,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환자들에 동반되는 우을증 치료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이들은 ‘정신과 질환 중에서 가장 흔하고 치료도 쉬운 우울증을 치료제 중 가장 안전한 SSRI로 치료하는데 제한을 두는 것은 수많은 우울증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준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정신과의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우울증 치료는 약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심리상태나 주변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데, 기준을 개정할 경우 잘못된 치료로 오히려 우울증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우울증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었다.

다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인데, 그렇다면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기준을 완화하거나 개정하는 대신 우울증 환자 치료 시 가이드라인을 재정비 해 경증과 중증 환자를 제대로 나눌 수 있게 하고, 약물만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환자의 정신과 전원을 원활하게 해준다면 양 측이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전세계적으로 볼 때 우울증 환자의 약 25%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신경과와 정신과, 예전에는 한 과였던 양 측이 조금씩 양보한다면 숨어있는 75%의 우울증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지금은 서로 한발 물러나 사태를 직시하고 서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협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게 바로 양 측 모두가 원하는 ‘우울증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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