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귀 교수, 치료 경험 바탕 '캐싸일라' 처방 노하우 공유
'허셉틴·퍼제타·캐싸일라', HER2 양성 유방암 치료 성적 향상 일등공신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25%에서 나타나는 HER2 양성 유방암은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가 활발하고 재발이 빨라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암종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을 시작으로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엠탄신)' 등 표적치료 옵션이 개발됨에 따라 HER2 양성 유방암, 특히 조기 병기의 경우에는 완치율이 크게 향상됐다.
최근에는 지난 7월부터 선행화학요법 및 수술에도 잔존 병변이 남은 고위험 환자에서 캐싸일라 보조요법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됨에 따라, 국내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안성귀 교수를 만나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치료의 국내 현황 및 치료 전략을 살펴보고, 최근 급여 적용된 캐싸일라의 임상적 가치와 처방 경험 등에 대해 들었다.
-국내 유방암의 전반적인 특징이 궁금하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연령 중간값은 50세로 다른 암종 대비 젊은 편이다. 한 때는 서구와 같이 60세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아직 50세로 확인되고 있다.
조기 유방암 치료 성적은 좋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년에 한 번, 국가건강검진 암 검진을 통해 만 4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X선촬영술(맘모그래피)를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대상자의 70%가 국가에서 진행하는 검진을 꾸준히 잘 받는다.
최근에는 검진 초음파까지 급여가 돼 국가 시스템적으로 조기 검진을 위한 환경이 잘 마련됐다. 전체 유방암 환자가 꾸준하게 늘고 있기는 하지만, 50% 이상은 제자리암(0기)이거나 1기 암이기어서 치료 성적이 좋다. 1기 기준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5%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다만 2기, 3기로 나아갈수록 치료 경과가 좋지 않으며, 3기 유방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은 약 80%다.
-유방암은 아형에 따라서 성격이 다르다. HER2 양성 유방암의 특징은 무엇이며, 예후는 어떠한가.
HER2 양성 유방암의 가장 큰 특징은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다른 종류의 유방암보다 암 세포의 증식과 전이가 활발해, 재발이 빠르고 생존기간이 짧다. 특히 림프절 전이가 잘 발생하며, 나중에는 원격전이까지 발생하기 쉽다.
기존에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 경과는 좋지 않았기에, 치료가 어려운 아형으로 구분됐다. 하지만 HER2 표적치료가 도입된 이후에는 치료할 수 있는 암으로 인식되며, 다른 아형에 비해 치료해 볼 만하다고 여겨진다. '트라스투주맙', '퍼제타'부터 지난 7월 건강보험 급여 적용된 '캐싸일라'까지 세 가지 표적 치료제를 환자 상황에 맞춰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HER2 양성 조기 유방암의 치료 성적이 더욱 좋아졌다.
AJCC(병기 평가표) 8판에 따르면, HER2 양성 유방암은 3기라도 표적치료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1기 수준의 좋은 치료 성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환자가 HER2 양성 유방암을 진단 받으면 힘든 치료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치료 환경이 매우 개선됐다.
-환자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으로 진단 받으면, 이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의 치료 과정을 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는 유방 '종양의 크기'와 '림프절 전이' 여부이다. '종양이 크다'라는 기준은 2cm인데, 유방 종양 크기가 2cm를 초과하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을 시 HER2 양성 고위험군 환자로 간주한다.
HER2 양성 고위험군 환자에서 현재 표준치료는 수술 전 보조요법(선행 항암화학요법) 진행 후 HER2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과거 허셉틴 또는 바이오시밀러 등을 사용했을 때는 완전관해율이 40%였지만, '퍼제타'을 추가한 현재에는 60%까지 향상됐다. 따라서 지금은 많은 병원에서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고위험군으로 확인된 환자가 내원할 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퍼제타 + 트라스투주맙'을 기반으로 한 TCHP 요법을 주류로 여기고 있으며, 표준치료(SoC)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종양의 크기가 2cm 이하이거나 림프절 전이가 없는 환자의 경우 수술을 진행한다. 종양의 크기가 1cm 초과 2cm 미만인 경우가 전형적인 1기 HER2 양성 유방암이다. 일반적으로 항암치료 4번을 하면서, '트라스투주맙'을 사용해 1년 동안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표준치료다.
림프절 전이가 없다고 생각해서 수술을 진행했으나 알고 보니 전이가 있을 수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림프절 전이 양성 유방암이 된다. 이는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퍼제타 + 트라스투주맙' 기반 치료를 진행한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보조요법에 '퍼제타 + 트라스투주맙 + 화학요법'의 유효성을 평가한 APHINITY 연구의 8년 추적관찰 연구 결과, 림프절 전이 양성을 보인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퍼제타를 추가했을 때, 침습적무병생존율(iDFS) 차이가 5% 가까이 났다(86.1% vs. 81.2%).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비급여지만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급여가 되는 경우도 있으며, 많은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수술 후 림프절 전이 양성을 보일 경우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퍼제타를 추가해 치료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종양 크기가 1cm 이하인 경우에는 수술 후 '트라스투주맙' 치료가 급여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1cm 초과되는 부분은 없는지 병리과에 여러 번 되물은 경험도 꽤 있다. 이런 환자에게 12주 동안 '트라스투주맙 + 파클리탁셀'을 매주 요법으로 투여하고, 남은 1년 동안 '트라스투주맙'을 사용한 APT 연구가 하버드 다나-파버 암센터에서 발표된 바 있는데 단일군 연구였지만 효과가 아주 좋게 나타났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유방 종양의 크기가 5~6mm인 환자 중 나이가 젊거나, 조직분화도(Histologic grade)가 높거나 Ki67이 20~30%로 높은 경우 적극적으로 해당 요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캐싸일라는 어떤 환자에서 사용되나.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TCHP 요법을 받은 환자들 중 60%에서는 완전관해(pCR)가 확인된다. 이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가운데 약 40%는 수술 전 보조요법 및 수술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관해를 달성하지 못하고 침습적 잔존병변(non-PCR)을 보인다는 뜻이다. 이러한 환자군에서 '캐싸일라'의 역할이 크다. 침습적 잔존병변을 보이는 환자들은 (재발) 고위험군으로 보고 있는데, 매우 강력한 TCHP 요법으로 수술 전 보조요법을 진행했음에도 살아남은 암 세포가 몸 안에 존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수술로 종양은 제거하지만, 액체생검 기준 잔존 암 세포들이 어딘가에 흩어져 있을 확률이 완전관해 환자에 비해 훨씬 높다.
캐싸일라는 이러한 고위험군에서 기존 트라스투주맙과 비교해 재발 및 사망 위험을 크게 개선했다. 이를 입증한 KATHERINE 연구가 2018년 12월 샌 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는데, 그 시기 이미 전문가들은 캐싸일라를 고위험군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준치료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KATHERINE 연구에서 환자 등록 기준은 꽤 엄격한 편이었는데, 18주 이상 수술 전 보조요법(탁산 및 트라스투주맙 기반)을 받았음에도 유방 또는 겨드랑이에 침습적 잔존병변이 있는 환자가 대상이었다. 즉, 표준요법으로 권고되는 수준의 치료를 모두 받았음에도 잔존암이 있는 환자만을 등록했다. 이러한 환자에서 캐싸일라 단독 투여와 트라스투주맙 단독 투여를 14 사이클(3주 1회 투여) 사용했을 때 유효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캐싸일라 투여군의 3년차 침습성무병생존율(iDFS)는 88.3%으로, 트라스투주맙 투여군의 77% 대비 11.3%의 절대적인 개선을 확인했다. 또한 캐싸일라 투여군에서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50% 감소시켰다. 애초에 25% 정도만 낮춰도 매우 괜찮은 데이터라고 생각했는데, 목표 수치보다 훨씬 높은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이는 굉장히 고무적인 데이터다.
-하지만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TCHP 요법이 표준이 된 지금 KATHERINE 연구 결과가 임상 현장에서도 실현될지 궁금하다.
지적한 대로 최근에는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퍼제타' 병용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표준치료다. KATHERINE 연구에서는 퍼제타 병용요법을 사용하고도 잔존병변을 보인 환자의 비율이 약 17%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퍼제타가 허가 및 급여가 되지 않는 국가들이 많았기 때문에, 트라스투주맙과 퍼제타를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모두 사용한 환자를 등록하기가 쉽지 않았다.
즉, 연구에 등록된 환자의 83%는 퍼제타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였다. 하지만 KATHERINE 연구의 하위 그룹 분석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퍼제타 병용요법을 사용한 17%에서도 위험비(Hazard ratio)는 0.5에 근접하게 나타났다. 전체 환자군 대비 환자 수가 적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캐싸일라의 효과가 더 좋았다.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유사하다. 2년에 한 번씩 비엔나에 모여 조기 유방암 치료의 컨센서스를 논의하는 자리가 있는데, 그 모임에서 캐싸일라 이야기가 나온 적 있다. '임상 연구가 확실한 답을 줄 수는 없지만, 당신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TCHP 요법을 사용하고 수술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침습적 잔존병변을 보이는 환자에게 어떤 치료 방법을 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90%의 전문가들이 '캐싸일라을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7월부터 캐싸일라 보조요법에 급여가 적용됐다. 환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비급여로 캐싸일라 치료를 받고 있던 분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 경제적 부담을 덜고 캐싸일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굉장히 만족해한다. 새로 캐싸일라 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경우에도 경제적인 허들이 없어졌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캐싸일라의 비급여 치료가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고 들었다. 그간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캐싸일라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하다.
2019년 3월 수술 전 보조요법 및 수술에도 불구하고 잔존암 6개 및 림프절 전이가 확인돼 캐싸일라를 투여한 환자가 가장 오래된 첫 번째 케이스다. 3년 반 이상 지났는데, 환자는 현재까지 전혀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확인된 환자 사례들의 추적관찰기간 중앙값이 27개월 정도 되는데, KATHERINE 연구 데이터가 3년차 결과인 것을 감안하면 캐싸일라가 실제 임상 현장과 임상연구에서 큰 차이 없이 유효성을 보이고 있다.
-캐싸일라의 사용 경험이 많은 만큼 부작용 관리나 치료 유지를 위한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캐싸일라는 총 14 사이클 투여로 치료가 마무리된다.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소 절반인 7 사이클까지 투여하는 것이 좋은데, KATHERINE 연구에서 14 사이클 치료 중 7 사이클을 완료하지 못한 환자의 비율은 약 10% 정도였다. 중단의 주된 원인은 혈소판 감소증이었다.
사실 임상 연구를 진행할 때는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달라지면 투여를 쉽게 중단할 수밖에 없다. 최종적으로 임상 연구에서 캐싸일라 14 사이클 치료를 끝내지 못한 환자의 비율은 20% 미만이었다. 반대로 끝까지 치료를 완료한 환자가 80%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캐싸일라는 투여했을 때 힘든 약제는 아니다. 환자들이 '캐싸일라를 투여하면 더 큰 이득(임상적 혜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피곤함 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근 본원 조사에 따르면, 캐싸일라 치료 환자 29명에서 현재 치료 진행 중인 7명을 제외하고 22명 중에서 19명의 환자가 14 사이클 투여까지 모두 완료했다. 3명의 환자만 캐싸일라 14 사이클 치료를 완료하지 못한 것이다. 이 3명 중에서도 2명은 12 사이클까지 투여를 완료했는데, 한 환자는 경제적인 이유로, 다른 환자는 혈소판 감소증 때문에 투여를 중단했다. 나머지 1명은 9 사이클까지 용량 감축을 하며 캐싸일라 투여를 지속했지만 결국 혈소판 감소증이 해결되지 않아 치료를 중단했다. 9 사이클로 캐싸일라 투여를 마친 환자의 경우 이어서 트라스투주맙 치료를 5회 정도 진행했고, 실제 재발 위험에 있어서는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캐싸일라 치료를 진행할 때 혈소판 감소증만큼 주요하게 모니터링해야 하는 게 간 수치다. 간 수치가 떨어질 경우에는 치료를 계속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캐싸일라는 용량 조절을 통해 이상반응 관리가 가능하다. 캐싸일라가 kg당 3.6mg으로 투여를 시작하는데, 3mg/kg, 2.4mg/kg 두 단계까지 용량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용량 조절에도 불구하고 이상반응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치료를 중단한다.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치료에서 여전히 남은 미충족 수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뇌전이 부분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본원에서도 현재까지 캐싸일라 투여에도 불구하고 재발한 환자가 1명 있었는데, 바로 뇌전이 환자였다. 두통이 심해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 왔는데, 뇌전이가 발견돼 수술을 진행했다. 병소 1개를 수술로 잘 제거해, 현재는 '트라스투주맙 + 퍼제타' 기반 치료를 진행하며 병소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잔존암이 남았던 환자들은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캐싸일라 치료를 마쳐도 여전히 고위험군일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