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코로나 전담병상 해제 한 달 만에 재가동 요구에 ‘황당’
엄중식 교수 “방역 관련 전권 쥔 컨트롤 타워 필요”
이재갑 교수 “손실보상으로 돈 더 쓰게 되는 형국”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반 의료체계 전환을 근거로 코로나19 전담병상을 해제한 지 한 달여 만에 중증병상 재가동을 요구하자 상급종합병원들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중증 전담병상 축소 계획에 따라 이미 일반병상으로 전환해 다른 환자를 보고 있는 현장에서는 “촌극이 따로 없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재유행 예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이에 따라 일반 의료체계 안에서 코로나19 등 감염병 환자를 볼 수 있도록 코로나19 진료 관련 수가를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도 정부가 재정 축소를 위한 병상 감축을 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A상급종합병원이 코로나19 치료병상 조정 계획에 따라 중등증 병상 대부분을 지정 해제한다는 공문을 받은 게 지난 5월 말이다.

이에 A상급종합병원은 최근에서야 일반병상으로 리모델링을 마쳤다. 하지만 지난 11일에는 코로나19 재유행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중증병상 재운영 가능 여부를 묻는 내용의 공문을 받아야 했다.

정부가 일상 의료체계로 전환에 나서면서 ‘과학방역’을 주장했지만 2년 넘도록 계획 없이 수습에만 급급한 상황이 반복되자 ‘기시감’이 든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중환자실 바꾼 지 2주밖에 안 됐다”며 “이게 뭐 하는 건가. 현장 의료진들은 이 같은 소식에 한숨부터 쉰다. 전담병동으로 전환하는 것도 일이지만 사직자가 또 나올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보건복지부도 기획재정부가 6월 이후로는 재정 지원을 안 하겠다고 협박하니 어쩔 수 없이 (지원을) 줄여나갔던 것 같다”며 “방역 관련해 전권을 쥐다시피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재유행 관련한 데이터를 질병관리청에서 계속해서 내놨는데 활용하지 못하고 상황을 이렇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전문가 그룹에서 빠르면 9월 초 재유행 한다는 이야기까지 했는데 그걸 못 참고 병상을 줄였다”고 했다.

엄 교수는 “이러다가는 병원이 누더기가 될 것 같다. 환자들도 스트레스다. 지금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또 어디로 보내야 하냐"면서 "이게 과학방역이냐”고 한숨을 쉬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예상은 했다”면서도 “손실 보상을 없애고 코로나19 관련 진료를 수가화 해 달라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매번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일상 의료체계로 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거점 전담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게 돈을 아낄 수 있겠지만 환자가 늘면 감당이 안 되니 (민간병원에) 병실 달라고 해야 한다. 그러면 손실보상 해야 하니 돈을 더 쓰게 되는 형국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코로나19 재유행 대응방안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거듭되는 감염병 재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의료대응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은 여전히 격리 7일이 지나면 코로나19 환자로 분류되지도 않고 치료비도 수천 만원씩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이런 고통과 통계누락을 방치하면서 무슨 과학방역이 되겠냐”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는 의료 인력을 확보하겠다면서 여전히 파견인력에 의존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2년 넘게 확인했다”며 “코로나19 병상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준수하도록 병원을 강제하고 공공병원부터 정부가 돈을 써서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간호사 수가 최소기준 이상이 되도록 법제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건강보험과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라고 확인된 만큼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가 할 일은 방역과 치료가 가능한 사회조건을 만드는 것이고 그게 과학방역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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