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셉틴에 퍼제타 더한 피하주사제 '페스코'로 바이오시밀러와 차별화
풀베스트란트 대체 가능 '지레데스트란트' 개발로 시장 확대 나서

'허셉틴'에 이어 '퍼제타', '캐싸일라'로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양성(HER2+) 유방암의 치료 역사를 바꿔온 로슈가 특허 만료와 경쟁자 등장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유방암 치료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신약 파이프라인 정비에 나서 주목된다.

최근 로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억제제(selective estrogen receptor downregulators, SERD) '지레데스트란트' 3상 임상시험을 승인 받았다.

'지레데스트란트'는 호르몬수용체 양성(HR+)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1세대 SERD인 '풀베스트란트(상품명 파슬로덱스)'의 미충족 수요를 반영해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경구용 신약이다.

일반적으로 전이성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ER+) 유방암 환자에게는 아로마타제 억제제 또는 풀베스트란트와 같은 내분비요법이 사용되지만, 일부에게 나타나는 ESR1 유전자 변이는 내분비요법에 대한 내성을 일으켜 이들에게는 근육 주사로 투여하는 풀베스트란트가 현재 허용된 유일한 SERD이다. 이에 임상 현장에선 풀베스트란트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롭고 효과적인 SERD에 대한 요구가 크다.

현재 가장 후기 단계에 와 있는 차세대 SERD 후보물질은 메나리니가 개발 중인 '일러서스트런트'로, 해당 약물은 작년 12월 개최된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San Antonio Breast Cancer Symposium, 이하 SABCS 2021)에서 3상 임상인 EMERALD 연구 결과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며 허가 임박을 알린 바 있다.

로슈가 개발 중인 '지레데스트란트' 역시 올해 중추 임상시험 데이터 도출을 계획하고 있어, 내년에는 차세대 SERD 신약들 간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로슈는 '지레데스트란트'를 통해 HR+ 유방암 치료 분야에 새롭게 도전하는 한편, 현재 강세를 보이는 HER2+ 유방암 치료에서도 입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초기 단계는 물론 전이 단계 HER2+ 유방암 치료의 기본으로 자리 잡은 '트라스투주맙(오리지널 상품명 허셉틴)'에 더해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엠탄신)' 등으로 해당 분야 치료 성적을 한껏 끌어올린 로슈지만, 허셉틴 특허 만료로 인한 바이오시밀러들의 등장은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는 캐싸일라와의 직접 비교 연구를 통해 우월성을 입증하며, 전이 단계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에 새로운 표준요법제로서 부각되고 있는 상황.

이에 로슈는 '허셉틴+퍼제타' 병용을 하나의 피하주사제로 개발해 출시함으로써 투약 편의를 개선하는 동시에 바이오시밀러들의 도전을 방어하는 한편, HER2+이면서도 ER+인 환자에게 '지레데스트란트'를 활용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해 치료 사각지대를 줄이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번에 식약처로부터 승인 받은 3상 임상시험은 이러한 로슈의 전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HER2+/ER+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서 로슈 '페스코(성분명 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와 탁산계 약물 유도요법 후 페스코 단독요법과 '지레데스트란트 + 페스코' 병용요법을 비교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전엔 정맥주사로 1시간 반 가까이 소요되던 '허셉틴+퍼제타' 치료 시간을 피하주사제인 '페스코'를 통해 획기적으로(5~10분) 단축시키고, '지레데스트란트' 추가 병용을 통해 ER+ 환자에서의 치료 성적 개선을 노린다. 성공한다면 로슈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되는 셈이다.

한편, 로슈는 작년 9월 식약처로부터 '페스코'의 시판허가를 승인 받았다. 다만 현재 '퍼제타' 치료가 선별급여로 환자에게 제공되고 있어(환자본인부담 30%), 페스코의 국내 보험급여 적용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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