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수술실 CCTV 의무화법 인식조사 결과
수술실 CCTV 의무설치 대안으로 대리수술 의사 ‘면허 취소’ 처벌
“환자 및 보건의료인 ‘기본권 침해’ 최소 방안 ‘하위법령’서 마련 필요”

2023년 시행을 앞둔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사 10명 중 9명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진 근로감시 등 인권침해’와 ‘진료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 등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수술실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대신 대리수술 등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를 한 의사는 ‘면허 취소’ 등의 행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6일 발표한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법안 검토 및 의사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 2,345명 중 90.0%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반대했다. 찬성 입장을 밝힌 의사는 10.0%였다.

본인과 가족의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하는 수술에 동의하는지 묻자 응답자의 86.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술 장면의 CCTV 촬영을 동의한다는 응답은 13.5%에 그쳤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하는 이유도 물었다. 가장 많은 54.3%가 ‘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침해’라고 답했으며, ‘진료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는 49.2%,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 48.1%,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 47.3%, ‘의료인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 45.7% 등이었다.

(자료제공: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자료제공: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수술실 내 CCTV 설치 이외의 효율적인 대안으로 꼽은 방안은 ‘대리수술 처벌강화 추진’이 38.3%로 가장 많았다. 대리수술 방지 동의서를 의무화(11.5%)하고, 의료인 자율정화를 활성화(11.5%)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수술실 내부가 아닌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21.8%였다.

무자격자 대리수술 등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를 한 의사에게 적절한 행정처벌은 ‘면허 취소’와 ‘면허 정지’가 각각 49.9%, 44.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대리수술 등으로 적발된 의사에 대한 적절한 형사처벌 순위는 ‘징역형’이 39.2%, 벌금형 31.3%, 금고형 20.9% 순이었다.

이번 인식조사 결과는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8월 이전에 실시된 내용이다.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법…기본권 침해 위헌 요소 有

“하위법령 논의 시 기본권 침해 최소화 방안 논의 필요”

연구소는 정보주체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수술 장면 촬영을 의무화하는 것은 의사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인의 인권, 인격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하위법령 논의 시 환자와 보건의료인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먼저 수술실 내 CCTV 촬영 요건과 관련해 요청권한은 환자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술 전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보호자의 촬영 요청권한이 인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술실 내 CCTV 촬영을 거부할 정당화 사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하며, 정보주체의 기본권 침해 최소를 위해 CCTV 설치 위치, 화질, 수술실 당 설치 대수, 촬영 방법 등은 침해 최소화 원칙에 따라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영상정보 보안의무(안전조치)와 관련해 의료기관의 안전조치에도 영상이 유출될 경우 의료기관과 환자 간 분쟁으로 발생할 사회적 손실과 환자 피해에 대한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정보주체는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 여부와 더불어 동의 범위 등을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가 보장되므로, 의료기관장은 수술에 참여한 모든 의료인의 동의에 따라 영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하위법령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하위법령 마련 시 정보주체의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 될 수 있는 방안으로 법제가 설계돼야 한다”며 “향후 2년의 유예기간 동안 문제점과 역기능이 제대로 파악되고 진단돼 강제화가 아닌 다른 대안적 조치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9월 24일 공포됐다. 유예기간 2년을 거쳐 오는 2023년 9월 25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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