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에스디바이오 및 휴마시스 키트 조건부 승인
진단검사의학회 등 "민감도 등 낮아 신뢰에 의문"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허가를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에스디바이오센서 및 휴마시스 항원방식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을 승인했다. 자가검사에 대한 추가 임상적 성능시험 자료 등을 3개월 내 제출하는 조건이다.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두 제품은 국내에서 전문가용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해외에서는 자가검사용 임상시험을 실시해 긴급사용승인 등을 받았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은 지난해 11월 식약처에서 임상적 민감도 90%(54/60명), 특이도 96%(96/100명)로 전문가용으로 제조품목 허가를 받았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포르투칼, 룩셈부르크, 체코 등 7개국에선 자가검사용으로 사용 중이다.

휴마시스 제품의 경우, 지난 3월 식약처에서 임상적 민감도 89.4%(59/66명), 특이도 100%(160/160명)로 전문가용 허가를 받은 바 있으며, 체코,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3개국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이 독일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실시한 임상적 민감도는 82.5%(33/40명), 특이도는 100%(105/105명)이다. 휴마시스 제품은 체코와 브라질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실시한 임상적 민감도는 92.9%(52/56명), 특이도는 99.0%(95/96명)이다.

두 제품 모두 자가검사용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증상자의 비강 도말 검체에서 바이러스의 항원을 검출하여 검사하는 방식이다. 15분 내외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나, 기존 유전자 검사(PCR) 방식 및 의료인 또는 검사전문가가 콧속 깊은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해 수행하는 항원 방식에 비해 민감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식약처는 "이번 두 제품은 코로나19 확산 및 대유행 우려에 따라 전문가가 아닌 개인이 손쉽게 자가검사를 할 수 있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다양한 검사방법을 통해 감염 확산을 줄이기 위해 허가됐다"라며 "다만, 이번 조건부 허가 제품은 정식허가 제품이 나오기 이전에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허가한 두 제품은 코로나19 감염 증상의 확진이 아닌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유전자 검사 결과와 임상증상 등을 고려하여 의사가 감염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한다"며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먼저 실시해야 하며, 유전자 검사가 어려운 경우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하되 붉은색 두줄(대조선 C, 시험선 T)이 나타나는 경우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붉은색 한줄(대조선 C)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감염이 의심되거나 증상이 있으면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사용자는 사용설명서를 충분히 숙지하고 사용방법에 따라 정확하게 사용해야 하며,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코로나19 증상이 있으면 바로 선별진료소 등을 방문해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조건부 허가제품을 대체할 품질이 우수한 정식허가 제품의 신속 개발·허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우리 국민이 충분한 진단‧치료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속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민감도가 낮아 신뢰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지난 1월 5일부터 11일까지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환자 98명을 대상으로 1인당 검체 2개를 채취해 RT-PCR과 신속항원검사를 모두 실시한 후 비교한 결과,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RT-PCR 대비 17.5%에 불과했다. 사용된 진단키트는 국내 1호 신속항원진단키트인 에스디바이오센서의 ‘STANDARD Q COVID-19 Ag Test’다.

또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지난해 12월 검체 680개로 같은 신속항원진단키트를 검증한 결과에서도 민감도는 29%에 불과했다. 이 중 에스디바이오센서의 ‘STANDARD Q COVID-19 Ag Test’를 검증한 결과 민감도는 41.5%였다

이에 대해 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 팀장인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가 41% 정도로 코로나19 감염자 2명 중 1명을 놓칠 수 있다”며 “(자가진단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코로나19 1차 유행이 대구 지역 신천지 교인 중심으로 발생했고 이를 찾아낸 게 31번 환자였다. 그 환자의 Ct값은 21~25 사이였는데 만약 자가진단키트로 쓰이는 신속항원검사로 했다면 찾아내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잘못된 검사로 인한 피해는 정말 크다”며 “자가진단키트를 지금 당장 도입하기보다 이번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그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정확한 자가진단 플랫폼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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