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이 의원 “원가 개념도 없이 가격 협상…혈액관리 국가기관 설치 필요”

대한적십자사가 제약사에 분획용 혈장을 원가 이하로 판매해 매년 손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적십자사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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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적십자사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분획용 혈장과 관련한 적십자사의 손해액은 5년간 4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사의 ‘최근 5년간 혈액공급량’ 자료에 따르면, 헌혈 혈액의 44.6%인 243만5,022리터가 의약품 원료를 만들기 위한 분획용 혈액으로 사용됐다. 분획용 혈장 판매를 포함해 적십자가 혈액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5년간 총 2조9,360억원에 달하며, 순수익은 188억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분획용 혈장 판매 비율은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전체 헌혈량 중 44.2%를 차지하던 분획용 혈장은 2017년 46%, 2018년 45.6%, 2019년 43.7%의 비율을 보였으며, 코로나19 여파로 헌혈량이 줄어든 올 8월에도 42.3%를 차지했다.

적십자사의 공급단가와 원료혈장 표준원가를 비교했을 때 적십자사는 재료비·인건비·관리비가 포함된 원가의 65~77% 수준으로 제약사에 분획용 혈장을 공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혈장 1리터 판매 시 동결혈장 6만846원, 신선동결혈장 4만9,980원, 성분채혈혈장 3만8,382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

김 의원은 적십자사가 원가산출 노력을 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정확한 원가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적십자사가 분획용 혈장 표준원가를 산출한 것은 사업 시작(2014년)부터 21년 뒤인 2015년이다. 당시 적십자사는 “원가산출은 국가혈액사업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위해 추진한 연구용역의 일환”이며 “원가 산출을 위한 연구용역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15년 이후 적십자사가 제약업체에 분획용으로 원료혈장을 공급한 현황을 보면 녹십자와 SK플라즈마에 판매된 동결혈장은 10만1,053리터, 신선동결혈장은 35만6,024리터, 성분채혈혈장은 57만5,871리터로 나타났다. 공급단가 기준으로 약 1,261억원의 수입이 발생했지만, 적십자사가 제출한 원가 산출자료를 분석했을 때 적십자사는 477억4,387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적십자사는 최근 5년간 단 1회, 2017년 성분채혈혈장의 공급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

적십자사가 분획용 혈장을 원가에 비해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사실은 지난 2017년 국정감사부터 제기된 사안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고, 적십자사는 이례적으로 이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적십자사가 분획용 혈장의 가격을 불합리하게 형성한 것은 적십자사의 무지와 민간 제약사의 가격협상 거부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현행 혈액관리법 제11조(혈액제제의 수가)에 따르면, 혈액제제를 수혈용으로 공급하는 가격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게 돼 있지만, 분획용 혈장 가격은 법적 근거가 없어 적십자사와 제약사간 가격협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김 의원이 입수한 각 제약사별 공급단가 조정 관련 공문에 의하면, 제약사들은 경영악화 등을 핑계로 분획용 혈장 가격 인상을 반대했다.

SK플라즈마는 “혈장제제의 원재료인 원료혈장의 가격이 아닌 원재료비, 물가 상승 등 다른 원인을 이유로 경영 성과가 악화돼 가격협상이 어렵다”고 밝혔다. 또 녹십자사는 “보험약가가 인상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성분혈장 및 혈장유래제품의 가격인상이 어렵다”며 보험약가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적십자사 해명 보도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제약사에 분획용 혈장을 판매해 왔으면서도 2015년까지 원가 개념도 없이 제약사와의 가격 협상에 임해 왔음을 알 수 있다”며 “국가가 직접 나서, 혈액관리원 등 국가기관을 통해 혈액공급 및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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