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인턴, 의학교육 차원에서 바라봐야”“일처리 매끄럽지 못한 의협 대신 사과”
의대생 단체행동이 뜻하지 않게 ‘인턴 무용론’ 논란을 불러왔다.
의학과 4학년들이 의사 국가시험을 보지 않으면 내년 인턴부터 시작해 연쇄적인 업무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서울의대 김윤 교수가 제시한 대안이 인턴제도 개편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인턴 업무 대부분이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있는 업무’라는 김 교수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의대생 의사 국시 거부 대안으로 인턴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 자체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난 11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교육 내실화를 위해서가 아닌 내년에 인턴 수급이 어려우니 없애자는 차원으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세계의학교육연합회(World Federation for Medical Education, WFME)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의학교육학회장,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등을 역임했다. WFME는 의학교육 질적 향상을 위해 세계의사회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단체다. 안 소장은 성형외과 전문의로 고려대안암병원에서 환자 진료도 했다.
“의학교육 아닌 다른 시각으로 인턴제 폐지 접근, 놀랍다”
안 소장은 “인턴제 폐지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한동안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며 “제도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누가 그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인턴이 없으면 그 업무를 간호사에게 위임하면 된다고 하는데, 과거 식민지 의학교육 시절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앞으로 병원들은 의사 수를 늘리기보다 간호사를 더 많이 뽑아서 대체하면 된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안 소장은 “인턴으로서 배워야 할 목표가 무엇이고 평가는 어떻게 할지 등을 논의해서 제시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며 “인턴 교육 과정에 대해 논의해서 합의를 보고 그래도 역량이 되지 않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면 포기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은 고려되지 않은 채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교육적으로 의미 없는 일은 인턴에게 시키지 않는 등 의학교육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약점을 보완하려면 의대생 임상실습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는 않고 인턴은 없어도 괜찮지 않으냐는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게 놀랍다”고도 했다.
안 소장은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어중간한 실기시험으로 한 학기 전체를 날리기보다 영국처럼 의대를 5년제로 하고 급여를 제대로 받으면서 2년 동안 인턴을 하고 실기시험을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협, 일 처리 매끄럽지 못했다…전공의와 학생들에게 사과”
안 소장은 의정 합의 이후 혼란에 빠진 의대생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의협이 정부·여당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의료계 내부 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안 소장은 “의협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너무 갑자기 끝나는 바람에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고 매우 허탈하다고 느끼게 된 것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린다”며 “협회 차원에서 했던 일이 매끄럽지 못했다. 전공의와 학생들에게 사과드린다. 허탈함이 빨리 가라앉고 신뢰가 회복돼야 다음 행동을 위한 동력도 얻을 텐데 말끔하게 일을 끝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협회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학생과 전공의들이 신분상 불이익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외국에 있을 때 전공의로 파업 현장에 있어 봤고 그 나라에서 의사 파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봤지만 행정명령이 나오거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와서 뒤지고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화 업적을 이뤘다는 정권이 집단행동을 하는 전공의들에게 행정명령을 내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얼마 전 독일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의사를 동원하는 법이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논의를 올렸다가 위헌 소지가 너무 강하고 인간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왔다”고도 했다.
그는 “전공의들을 겁박했던 조치를 내렸다가 취하하는 단계인데 그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며 “정부가 민주적이고 점잖게 대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