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시작부터 어수선했던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는 현재 의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지난 28일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의협 제71차 정총은 국민의례가 끝난 뒤 애국가 음악이 나오고 참석하지도 않은 내빈이 참석자로 소개되는 등 어수선하게 시작했다.
이날 정총에 참석한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 신상진·이완영·박인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윤일규·정춘숙 의원,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었다. 하지만 자한당 윤종필 의원, 민주당 신동근·김병기 의원도 참석자로 소개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도 이날 참석하지 않았지만 참석자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다. 김 이사장은 참석 요청을 받고 축사까지 준비하고 있었지만 정총을 준비하는 의협 실무진 간 소통 오류로 부득이하게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측은 김 이사장이 참석하지 못한다는 의사를 사전에 의협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불참자를 참석자로 소개하는 일 정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예년보다 불참자가 많아 내빈석 곳곳이 비어 있었다는 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무엇보다 보건의료단체장 중에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이 유일한 참석자였다.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대한한의사협회는 물론,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약사회도 불참했다. 의료 현안을 두고 특별히 충돌한 일이 없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한병원협회장도 오지 않았다.
지난 3월 31일 열린 한의협 정총에는 치협 회장과 약사회장, 간무협 회장이 참석했으며 3월 21일 열린 간무협 정총에는 한의협과 의협 회장이 참석했다.
흔히 축사를 통해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는 국회의원들도 이번 의협 정총에서는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협력하겠다고만 했다. 그 어떤 ‘립서비스’도 없었다.
이날 정총에 참석한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의사 집단이 사회성과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말하면 현재 의사 집단은 사회성이 떨어지고 정치력도 약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번 정총에서도 드러났다.
의협이 가겠다는 대정부 투쟁의 길이 외로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