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의 현재와 미래 ⑥] 장기지속형 플랫폼으로 투약주기 늘려
알테오젠 필두 펩트론·인벤티지랩·지투지바이오 등 기술 적용 집중

GLP-1 계열 약제인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등장으로 비만치료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강조한 보도들이 이어지면서 이들 약제가 마치 '비만의 만병통치약'처럼 포장되고,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해당 약제들이 절실한 환자들은 약제에 접근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GLP-1 약제의 올바른 처방 환경과 임상 현장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조망한다. 아울러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국내 제약사의 R&D 전략과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 동향을 함께 소개한다.

국내 신약개발사들이 차세대 비만치료제의 승부처로 ‘제형 혁신’에 뛰어들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장기지속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약물전달시스템(DDS)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알테오젠을 비롯해 펩트론, 인벤티지랩, 지투지바이오가 대표 주자로 꼽힌다. 반면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개발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이미 장기지속형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어떤 차별화 전략을 마련할지가 주목된다.

국내 신약개발사들이 차세대 비만치료제의 승부처로 ‘제형 혁신’에 뛰어들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장기지속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약물전달시스템(DDS)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사진출처: 픽사베이)
국내 신약개발사들이 차세대 비만치료제의 승부처로 ‘제형 혁신’에 뛰어들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장기지속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약물전달시스템(DDS)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사진출처: 픽사베이)

노보·릴리, 장기지속형 플랫폼 확보 경쟁

상업화 역량 있는 알테오젠 가세

노보노디스크는 작년 11월 어센디스파마(Ascendis Pharma)와 손잡고 위고비의 월 1회 제형 개발에 나섰다. 어센디스파마는 이미 부갑상선 기능저하증 치료제 ‘요비패스’,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스카이트로파’를 통해 DDS 플랫폼 상용화 경험을 축적한 상태다.

일라이릴리는 덴마크 카무루스(Camurus)와 협력해 장기지속형 제형 확보에 나섰다. 카무루스의 오일 기반 지질 나노입자 제형화 기술 ‘FluidCrystal’을 활용해 마운자로의 월 1회 이상 투약 제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릴리는 마운자로 외에도 GIP/글루카곤/GLP-1 삼중 작용제인 레타트루타이드 등 다양한 물질을 대상으로 카무루스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개발에 임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ALT-BB4(테르가제주)로 이미 품목허가 경험이 있는 알테오젠이 항암제에 이어 비만 치료제 제형 개선 개발에도 나서며 업계의 관심 쏠린다. 독자적 반감기 연장 플랫폼 ‘NexP(Next Generation Expression Platform)’를 통해서다.

NexP는 혈액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인간 A1AT (Alpha-1 Antitrypsin) 단백질을 이용해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통해 바이오의약품의 체내 반감기를 증가시키는 단백질 운반체로 사용하는 지속형 기술이다. A1AT는 수년 간 폐기종 치료제로 사용돼 왔기 때문에 안전성이 이미 입증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펩트론·인벤티지랩·지투지바이오, 후발주자 경쟁 가세

펩트론은 고유의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활용해 주 1회 투여를 최소 2주 이상으로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인벤티지랩과 지투지바이오는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기반으로 비만치료제 제형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선 이들 기술이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개발이나 라이선스 아웃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며, 해당 기업의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펼쳤다.

관건은 글로벌 빅파마가 이미 장기지속형 DDS 플랫폼을 잇따라 확보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어떤 차별화 전략을 펼칠지가 관심사다. 빅파마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관련 플랫폼을 확보해 자사의 물질에 적용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의 관련 딜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DDS 기술은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지만 상용화 경험이 부족하다”며 “결국 노보 노디스크와 릴리 등 비만치료제를 갖고 있거나 GLP-1 관련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빅파마와의 기술이전 및 협업 성사 여부가 해당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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