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약심서 "치료 선택지 확대" vs "중복 기재·오남용 우려"
"FDA와 EMA 결정 갈려…규제 일관성에 도전 과제 안겨줘"

최근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적응증을 확대를 두고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는 지난 6월 19일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심의한 결과, '적응증 확대는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 치료 접근성 확대'와 '약물 오남용 우려'라는 상반된 시각이 부각됐다.

릴리 마운자료 제품 사진(사진제공: 릴리).

마운자로는 기존에 '제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허가 받은 바 있으며, 지난 19일에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에까지 적응증을 확대했다.

식약처는 마운자로의 허가 심사를 진행하면서 '비만 치료에 따라 동반 질환이 개선되는 것은 부가적 효과인데, 이를 효능·효과에 명확히 추가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중앙약심의 자문을 구했다. 즉, 이미 '비만' 적응증 허가사항에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 비만 환자'가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굳이 다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적응증으로 확대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치료 선택지 확대 vs 중복 기재·오남용 우려

중앙약심 위원들은 치료 선택지 확대를 강조하는 입장과 중복 기재 및 오남용을 우려하는 입장으로 갈렸다.

찬성 측 위원들은 '수술적 치료나 양압기(CPAP) 착용 외에는 대안이 부족한 폐쇄성 수면무호흡 환자에게 마운자로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실제 임상시험에서 무호흡-저호흡 지수(AHI)가 50% 이상 감소한 결과가 보고됐고, 이는 미국수면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 위원은 "체중 감량은 수면무호흡 치료의 핵심인데, 약물이 실패 환자군에 도움이 된다면 효능·효과 확대는 의미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 위원들은 "이미 기존 허가사항에 포함돼 있어 중복 기재의 의미가 적고, 오히려 환자와 의료진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인 비만 환자'라는 표현만으로는 모호해 체질량지수(BMI) 기준 없이 확대 해석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약물 오남용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일부 위원은 "효능·효과가 확대되면 의료현장에서 불필요하게 약물이 처방될 여지가 있다"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FDA vs EMA…엇갈린 판단

국제 규제기관의 상반된 태도도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로 제시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말 마운자로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적응증을 추가 승인했지만, 유럽의약품청(EMA)은 이를 두고 "비만 치료의 부가적 효과"라며 적응증 추가를 인정하지 않았다.

위원 중 일부는 "규제 일관성 측면에서 한국도 EMA처럼 보수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다른 일부는 "미국처럼 치료 옵션을 넓히는 게 환자 중심 접근"이라고 반박했다.

효능·효과 문구에서 '성인 비만 환자'라는 표현도 논란이 됐다. 다만 위원들은 "BMI 수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현재 허가사항에서 BMI 30 이상을 '비만', 27~30을 '과체중'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새로운 적응증 확대 시 이러한 기준이 빠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들은 "기존 표현은 일반인에게 과도하게 확대 해석될 수 있어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논의는 '환자 치료권 보장'과 '약물 안전 사용' 사이의 균형 문제로 귀결됐다.

'비만 증가와 함께 수면무호흡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치료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과 '약물 오남용', '불필요한 처방', '규제 혼선'을 우려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것.

한 위원은 "비만 치료제의 부가 효과를 일일이 적응증으로 추가한다면 장기적으로 규제 일관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는 효능·효과 추가에 대한 타당성을 묻는 표결이 진행됐고, 참석 위원 9명 가운데 찬성 7, 반대 1, 기권 1로 2/3 이상 찬성을 얻어 효능·효과 추가가 타당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다만, 조건으로 'BMI 기준 구체적 명시', '시판 후 국내에서 충분한 조사례수 확보'가 권고됐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