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 감시·통제 수단될 것" 반발 이어져
의협, 대응 TF 구성…"편리성만 봐선 안 돼"
공적 전자처방전 법제화 추진에 의료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실효성과 효율성을 내세워 성분명 처방을 허용하고, 의약분업 근간을 뒤흔들 거란 지적이 이어진다.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은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의약계와 환자단체, 관련 민간업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시스템 구축·운영 계획부터 체계적으로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공적전자처방 전송 시스템이 "환자 정보 보호와 안전 강화, 의료기관과 약국 등의 편의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복지부 장관에게 전자처방전달시스템 구축·운영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공공기관에 위탁할 수 있게 했다.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장에게 전자처방전전달 시스템 구축·운영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제출받은 목적 범위에서 보유·이용할 수 있다. 의사나 의료기관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복지부 요청을 따라야 한다. 위반 시 2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 의원은 이를 통해 의료기관과 약국 간 실시간 연계와 조제 효율화, 환자 대기시간 단축, 의료 현장 행정부담 감소 효과를 얻으리라 기대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 관리, 비급여 의약품 관리, 환자의 의료기관· 약국 선택권을 보장해, 보건의료시장 수용성과 보건의료전달체계 강화에도 기여한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키우고 의사 처방권을 침해할 거라 본다.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이 성분명 처방의 발판이 되리란 예상도 나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1일 성명에서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이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의료 본질을 훼손하고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도입에 반대했다.
대개협은 "시스템에 축적된 처방 데이터를 무단 수집하거나 분석해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의료 경쟁에 악용할 위험이 크고 의사 처방권 약화와 진료 자율성 저해 소지가 있다"면서 "시스템이 의사의 처방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의료인 자율성과 진료 행태를 위축시킬 우려마저 있다"고 주장했다.
민감한 환자 의료 정보 유출 가능성은 높은 반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실효성과 효율성을 앞세우고 있지만 "종이 처방전 대비 뚜렷한 비용 절감 효과도 제시되지 않았고, 국민 보건 증진과 의료비 절감이라는 실질적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내과의사회도 지난 28일 성명에서 "특정 직역의 편의만 고려한 시스템"이라면서 "의사 처방권을 본질적으로 약화시키고, 진료와 조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현장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맞물려 "성분명 처방과 처방전 리필을 허용하고 의약분업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 30일 상임이사회에서 '비대면 진료 및 공적전자처방전송시스템 대응 TF' 구성을 의결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지난 31일 정례브리핑에서 "기술 발달과 편리성 관점으로만 진료 영역에 접근하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환자의 민감 정보 관리와 국민 건강권, 의사 진료권을 명확히 하고 의료 정책이 이같은 기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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