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범조 교수, "위고비 사용 시 단계별 적정 용량 준수가 매우 중요해"
STEP 11 연구 경험 바탕으로 위고비 처방과 체중 감량·유지 전략 제시
비만은 이제 단순히 체중 문제를 넘어 건강과 직결된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체중 감량을 위한 혁신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는 비만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약이 그러하듯, 위고비 또한 올바른 사용법과 적절한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위고비의 임상 프로그램인 STEP 11 연구에 참여하며 한국인과 아시아인 비만 환자들에게서 위고비의 효과를 직접 확인했다.
특히 그는 약물 처방에 앞서 환자 개개인의 체중 감량 목표와 생활습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의지와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적이며, 처음부터 욕심을 부려 고용량을 투약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오범조 교수를 만나 위고비의 올바른 사용법과 체중 감량 및 유지를 위한 처방 팁(tip)을 들었다.
-한국인과 대만인을 대상으로 위고비를 평가한 STEP 11 연구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위고비 처방 경험이 많을 것 같다.
STEP 11 연구는 184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한국인 데이터에는 85명이 포함됐다. 그중 14명이 우리 병원에서 참여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면담이 가능했는데, 저용량부터 사용하면 대부분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사실 STEP 11 연구에서는 위고비의 투약 일정을 엄격히 준수해 투여했기 때문에 다행히 중단을 원하는 환자는 없었다. 약간의 울렁거림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들이었다. 처음 투약했을 때는 불편함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으나 지속해서 서너 번 더 투약하다 보면 증상이 점차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단기로 사용하다 중단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욕심을 부려서 처음부터 고용량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효과가 아니라 낭패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약을 직접 사용해 봐야 환자들에게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처방에 앞서 항암제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약을 한 번씩 사용해 보는 편이다. 위고비도 직접 투약해 봤는데, 이전에 비만 치료제 사용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3단계 고용량을 투약했더니 처음에는 괜찮았으나 며칠 후 트림과 구토 증상이 나타났다. 위고비는 처음 4주간 1단계를 먼저 사용하고, 그 다음 4주에 2단계를 쓰는 등 16주간 단계를 거쳐 최고 용량을 사용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고용량을 사용해 트림과 구토 증상을 겪은 것이다. 그 덕에 위고비 사용 시 단계별 적정 용량을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됐다.
효과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STEP 11 연구에서는 2:1 비율로 위고비 사용군과 위약군을 무작위로 나눠 진행했는데, 두 달 정도 지나고 나니 체중 감소의 확연한 차이로 본인이 위약군이라는 사실을 알아채는 경우가 생겼다. 12주 정도가 지났을 때는 위약군과 투약군의 차이가 가시적으로 드러나 숨길 수 없는 정도였다. 어떤 환자는 체중 102kg에서 투약했는데 7개월쯤 지났을 때 80kg로 체중이 감소해 주치의가 못 알아본 경우도 있었다. 환자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해외에서 진행된 랜드마크 연구와 비교해 본다면, STEP 11 연구 결과가 동양인을 대상으로 해 체중 감소의 절대치는 비교적 적을 수는 있지만 감소율은 해외에서 입증된 수준과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위고비를 어떻게 처방하나.
우선, 환자가 찾아오면 구체적인 체중 감량 목표나 생활습관 루틴을 함께 설정한다. 위고비의 체중 감소가 탁월하긴 하지만 초고도 비만인 환자를 단숨에 표준 체중으로 바꿔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에 따르면 위고비를 사용했을 때 약 15~20%의 체중 감소가 가능하다. 예컨대, 체중이 100kg인 환자가 최대 80kg을 목표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환자가 그 정도로 만족한다면 약물 사용 계획에 잘 따르면 된다. 하지만, 추가적인 감량을 원한다면 지켜야 할 생활습관과 주의사항이 있다고 안내한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기존보다 신체 활동을 늘리고 식사량을 줄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것들을 실천하면서 점차 약효를 지켜보고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데 외래에 한번 왔다고 약 처방만 해주면 생활습관에는 개선이 없으니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시라. 150kg 초고도 비만 환자가 위고비를 시작하면 20% 감소율을 적용해도 120kg다. 약효는 나타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고도비만인 것이다. 환자와 상담을 할 때 약물 사용 외에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언제쯤 약을 끊을 수 있는지 환자들이 궁금해하지는 않나.
비만 치료 시 약물 사용을 한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진료를 하면서 실제 확인했다. 위고비는 아직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약이라 이전에 사용해 왔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의 경우를 살펴보면, BMI 30에 근육량이 많은 젊은 남성이 삭센다 약물 치료를 통해 목표 체중에 도달했다. 상담 과정에서 BMI 27 정도에 근육이 충분한 체형으로 목표 설정을 권했고, 삭센다로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약물 치료와 함께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BMI 26.8을 만들었고, 충분히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약을 중단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본인도 스스로의 변화에 만족해 체중을 유지하려고 운동과 개선된 식습관을 지키며 두 달간 목표 체중을 유지했다. 이후 4개월 동안 더 지켜보고 이 상태가 잘 유지되어 더 이상 약물이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씀 드렸다.
비만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사람들이 우려하는 리바운드는 보통 약물을 중단한다고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약 6개월 안팎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목표 체중까지 감량했다고 해서 바로 투약을 중단하지 않고 관찰 기간을 갖는다. 그 사이에 두 번 정도 끊어가면서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고, 리바운드가 오면 다시 약물을 사용하길 권한다. 체감상 15kg를 감량해 놓으면 몇 달 뒤 다시 만났을 때 6~7kg는 리바운드를 겪는 것 같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체중 감량 만족도 개선을 위한 개인의 노력이 뒤따라야 하며, 추가 치료를 진행할 때는 리바운드를 감안해서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도록 안내한다.
-위고비 사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환자군이 있다면.
예전에는 단순히 음식 섭취를 줄이면 체중이 감소한다고 생각했다. 표준 체중에서 10kg 내외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덜 먹는 방식으로 충분히 체중을 감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키와 몸무게의 숫자가 비슷한 사람들의 경우는 '비만병'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 체중의 사람보다 3~4배 먹는다고 해서 전부 고도비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대사가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외부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것이고, 이후 수술이나 다른 적극적인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보라매병원은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이상은 다른 동반질환이나 대사능 검사를 진행하며, 그 결과를 함께 보고 있다. 비만과 동반 질환을 겪는 환자의 경우 대개는 비만이 개선되면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가 전반적으로 좋아진다. 하지만 예컨대 비만 때문에 혈압이 오르는 줄 알고 약을 처방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심장혈관에 협착이 있어서 혈압이 높은 경우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비만과 별개로 독립적인 요인이 있는지 살피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대개는 체중을 감량하면 증상이 좋아질 확률이 높다.
이와 별개로 예외적으로 BMI와 상관없이 비만 약물 치료를 권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특정 그룹이 있다. 5~60대에 통통한 체형을 가진 여성분들이 그렇다. 그 나이대의 여성들은 무릎 관절염을 많이 앓는데, 상체 체중을 조금만 줄여주면 무릎 통증이 완화돼서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의 접근은 해볼 만한 것 같다. 체중이 비교적 적은 사람들도 위고비 치료로 체중 감소 효과는 나타낼 수는 있다. 다만, 체중이 100kg인 사람의 10%와 50kg인 사람의 10%는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BMI 지수가 낮은 사람의 체중 감소폭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위고비 사용을 금해야 하는 환자가 있다면. 최근 췌장염 발생 부작용이 언급된 된 바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의 기전상 췌장염 유발 가능성은 존재해 왔으나 확률은 매우 낮았다. STEP 11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췌장염이 발견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췌장염 병력이 전혀 없던 사람이 GLP-1 수용체 작용제를 투약한다고 해서 갑자기 질환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췌장염을 앓고 있거나 병력이 있던 사람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연구 결과, 그 마저도 데이터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사례는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며, 그 가능성은 대략 1,000분의 1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궁극적으로 비만을 치료 필요한 '병'이라고 보나.
예전에는 비만을 하나의 질병으로 보기보다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당뇨병에 대한 위험 인식이 개선되고, 환자가 증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만에 대해서도 질병으로 인식하려는 추세가 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출범한 것도 비만을 독립적인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주축이 돼서 뜻을 모으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험 수가 체계 안에서는 비만이 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비보험 범주에 속해 있고, 여러 성인병을 악화시키거나 합병증을 발생시키는 위험 요인으로 보는 인식도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비만을 질병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인데, 체중이라는 특정 수치를 정해두고 사람을 '환자'로 만들어서 불필요한 의료 이용만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비만을 개선함으로써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다른 동반 질환 없이 단순히 체중만 많이 나가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스스로를 환자로 인식하거나 사회적 편견으로 환자로 인식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에 비만을 무조건 병이라 규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비만 치료제 급여화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 지도 궁금하다.
대한비만학회가 비만 약물 치료 급여화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지속해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비만대사 수술에 급여가 벅용되고 있지만 사실상 본인부담금이 매우 높은 편이다. 수술 비용 자체도 높으며, 급여도 일반적인 보험 혜택에 준하는 수준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점을 감당하면서까지 수술을 결심할 사람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 정부가 급여를 적용해 준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비만 약물 치료 급여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쉽게 결정해 버리면 전문가 입장에서 약물 투여가 필요치 않다고 판단되더라도 환자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면서 비만 치료제의 처방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구약 사용이 어려운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나 기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예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초고도 비만율과 고소득층 내 초고도 비만율은 3~5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사회, 경제적 지위나 소득 수준에 따라 비만율에 큰 차이가 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들은 약물이나 치료비 부담이 커 비만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위고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금은 정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막았지만 이전에 비대면 앱을 통해 본인이 비만이라고 입력만 하면 위고비 처방을 가능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에 따라 실제 BMI는 낮은데 스스로 비만하다고 생각하면서 약물을 오남용 하여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삭센다 출시 초기에 급하게 체중을 감량하고 싶은 욕심에 최대 용량을 맞았다가 장 마비로 인해 응급실에 실려온 사람도 있었기에 오남용에 대한 위험성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금지'만을 생각해서는 문제 해결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나는 비만의 치료적 도움이 필요하다'거나 '저 사람은 실질적인 비만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라고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비만한 후에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생각하기 이전에 적당히 먹고 만족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아도 되지만 먹는 행위를 즐거움의 영역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단순히 체중 감량만을 원하는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현재 위고비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절대적이고 영원한 약은 없다. 어떤 약이든 무조건적인 과도한 기대는 삼가야 한다. 체중과 건강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생활습관 개선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과도하게 약물에만 기대려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약물을 사용해서 원하는 체중에 도달할 수는 있을지라도 이후 노력이 없다면 체중을 유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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