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진료 업무방해 무죄 원심 깨고 파기환송
"사무장병원 업무라도 그 내용과 방식 보고 판단해야"

의사가 '사무장병원'에서 일해도 진료행위 자체는 보호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폭행과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업무방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기소된 A씨는 진료 시간 중 큰 소리를 지르거나 진료 예약 환자가 있는 의료인 B씨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 식으로 11차례에 걸쳐 업무를 방해했다.

그러나 원심(2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B씨가 일하는 병원이 명의만 본인일 뿐 사실상 무자격자인 C씨가 개설한 사무장병원이었기 때문이다.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지난 2001년 대법원 판결을 따랐다.

원심 재판부는 "이 병원은 B씨 명의로 의료인이 아닌 C씨가 개설해 운영하는 병원이므로 그 운영에 관한 업무는 업무방해죄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B씨의 진료행위도 병원 운영에 관한 업무에 포함되므로 따로 보호 가치가 있는 업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업무의 기초가 되는 계약이나 행정행위가 반드시 적법해야만 보호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무장병원 진료행위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평온하게 이뤄져 사회적 활동 기반이 되고 있느냐로 결정된다"며 "업무 개시나 수행 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반사회성을 띠는 수준이 아니면 업무방해죄 보호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해서 그 진료행위 또한 당연히 반사회성을 띤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의료기관 개설·운영 형태는 물론 의료기관에서 하는 진료 내용과 방식, 방해받은 업무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방해죄 대상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A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를 포함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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