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
7일 24시간 연속 투약서 3일 4시간으로…환자 부담↓
“고강도 치료 어려운 환자들도 안전하게 투약 가능해”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은 골수구계 백혈구가 악성세포로 변해 골수에서 증식하고 전신으로 퍼지는 혈액암이다. 특히 치료 관련 급성 골수성 백혈병(t-AML)과 골수이형성증 관련 변화를 동반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MRC)은 고위험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분류되며,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표준치료는 1970년대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7+3 요법’이라는 집중 항암화학요법이 주를 이뤘다. 이는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약제를 3일, 시타라빈을 7일간 투여하는 방식이다. 고위험군 환자들 또한 이 요법을 적용받았으나, 집중 항암화학요법이 어려운 이들에게 적합한 약제가 부족해 해결 과제로 지적됐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2년 11월, 국내에서 ‘빅시오스 리포좀주(성분명 다우노루비신+시타라빈, 이하 빅시오스)’가 허가를 받았다. 빅시오스는 7+3 요법에 사용되는 다우노루비신과 시타라빈을 1대5 몰비(molar ratio)로 혼합한 리포좀 제형으로, 골수에서 고농도로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정상세포보다 백혈병 세포 내에서 약효가 집중적으로 작용하는 특징이 있다.

빅시오스는 t-AML과 AML-MRC 치료에 허가받은 최초의 약제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60세 이상 성인의 새로 진단받은 t-AML 또는 AML-MRC의 1차 관해유도요법과 관해공고요법에 대해 빅시오스의 보험급여 적용을 결정했다. 이는 오는 12월 1일부터 적용된다.

빅시오스와 기존 7+3 요법의 직접 비교 임상시험 결과, 전체 생존기간은 6개월에서 9.6개월로 연장됐으며, 완전 관해율은 33%에서 48%로 증가했다. 생존율은 시간 경과에 따라 1년 42%(기존 28%), 2년 31%(기존 12%), 5년 18%(기존 8%)를 기록했다. 조혈모세포이식 시행률은 34%로 나타났다(기존 25%). 투여 방식은 기존 7일 연속 24시간에서 1, 3, 5일차 각 4시간으로 변경됐으며, 안전성 프로파일은 기존 치료법과 유사했다.

이에 대한혈액학회 급성골수성백혈병/골수형성이상증후군 연구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를 만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치료 현황과 새로운 치료제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들었다.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특징은 무엇인가.

백혈병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 백혈병 안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이 있는데, 이는 혈액 줄기세포의 분화 과정과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만성 골수성과 만성 림프모구성을 모두 통틀어 백혈병이라고 보았다. 혈액이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질 때 골수계와 림프계로 나뉘는데, 이에 따라 급성 백혈병도 림프계와 골수계로 구분된다. 특징적으로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은 소아에서 많이 발생하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성인에서 주로 나타난다.

-어떤 경우 고위험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분류되나.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위험도 분류는 유럽 백혈병 네트워크의 가이드라인이다. 이 분류는 염색체 이상 유무와 그로 인한 돌연변이 발생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백혈병 세포 자체가 가진 특징을 구분하는 것이다. 또 같은 유형의 백혈병이라도 환자별로 예후가 다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젊은 환자보다 고령 환자가 치료를 견디기 어렵고, 다양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도 다르다. 이는 백혈병 세포의 차이가 아닌 환자 상태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특히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동반한 경우는 치료가 더욱 어렵다. 이는 주로 60대 후반에 발병하고 환자 연령이 높을 뿐 아니라,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자체가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 연령에서 단발적으로 발생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고위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어떻게 치료해왔나.

모든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 원칙을 적용해왔다. 우선 환자가 항암을 견딜 수 있는지, 이식이 가능한지를 평가한다.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고강도 항암 치료 후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진행한다.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저강도 항암을 선택하고 조혈모세포이식은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즉, 어떤 종류의 고위험군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든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침을 결정해왔다.

-반세기 동안 표준치료로 사용된 ‘7+3 요법’에 대해 설명해달라.

7+3 요법은 일반적이고 고전적인 항암제 치료법이다. 대부분의 암 치료에서처럼 여러 항암제를 조합해 사용하는데, 급성 골수성 백혈병도 마찬가지다. 7+3이란 한 약제는 7일, 다른 약제는 3일 동안 투여한다는 의미다. 다만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 고강도 항암요법을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이 치료법을 적용할 수 없다.

-어떤 환자들이 기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었나.

일단, 급성 골수성 백혈병 자체가 큰 미충족 수요를 가지고 있다. 전반적인 생존율과 치료 효과가 높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또 젊은 환자의 경우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지만, 70세 이상 고령 환자나 다른 암 치료 후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의 경우에는 표준 치료요법을 적용하거나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도입된 빅시오스는 기존 치료와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나.

지금까지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은 일반적인 치료를 받거나, 항암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저강도 요법을 받아왔다. 빅시오스는 이 두 경우 모두에서 도움이 된다. 기존 7+3 요법보다 좋은 효과를 보여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저강도 요법만 가능했던 환자들에게도 표준 치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 7+3 요법의 두 약제를 리포좀 제형으로 개선해 치료 효과를 높였고 투약 기간도 단축했다. 기존에는 7일 동안 24시간 연속 투약이 필요했지만, 빅시오스는 1, 3, 5일에 각각 4시간만 투약하면 된다.

-빅시오스 처방 시 주의할 점은.

특별히 추가되는 주의사항은 없다. 모든 고강도 항암요법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주의사항을 따르면 된다. 일반적인 항암제는 정상세포보다 분열이 빠른 암세포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정상세포의 손상이 걱정되는데, 빅시오스는 이런 점을 개선한 치료제다. 기존 7+3 요법과 성분은 같지만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특히 기존 약제로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 예를 들어 기저 혈액질환이 있거나 고강도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도 필요한 성분을 더 낮은 강도로 투여받을 수 있게 됐다.

-빅시오스 치료 대상은 얼마나 되나.

빅시오스가 필요한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암 치료 후 장기 생존하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대상 환자가 증가할 수 있다. 단순 수술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항암이나 방사선 등 추가 치료를 받는 경우가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현재 매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신규 환자가 2,500명,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 1,000명 정도 발생하는데, 고령화로 인해 골수형성이상증후군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빅시오스 대상 환자도 늘어날 것이다. 전체 백혈병 환자의 10~20% 정도가 해당될 것으로 본다.

-빅시오스를 처방받은 환자들의 반응은.

빅시오스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특히 투약 방법의 편의성을 높이 평가한다. 기존 7+3 요법은 한 성분을 7일 동안 24시간, 다른 성분을 3일간 투약해야 해서 환자들이 부담스러워했다. 반면 빅시오스는 투약 방법이 훨씬 간편하다. 그동안 급여 전에는 비용 부담으로 처방이 제한적이었으나, 이제 보험급여가 적용되면 50년 전에 개발된 7+3 요법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 짧은 투약 기간과 개선된 효과가 이 약제를 선택하게 되는 주요 이유가 될 것이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에서 빅시오스의 역할도 궁금하다.

빅시오스는 매우 구체적인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모두 치료 대상이 된다. 특히 빅시오스 대상 환자들은 위험도가 높은 군에 해당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친다. 먼저 관해를 유도한 후 이식으로 넘어가 완치를 목표로 하는데, 관해가 되지 않으면 이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관해를 첫 번째 목표로 두고 치료하는데, 빅시오스는 환자들의 치료 성과를 높이고 다음 단계로 진행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준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그 다음 2차, 3차 치료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현재 혈액암 치료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문제는 혈액내과 전문의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전국에서 연간 3명 정도의 전문의만이 배출되고 있다. 2021년 데이터를 보면 연간 신규 암환자가 27만 명 정도인데, 그중 혈액암이 2만 명 정도를 차지한다. 더구나 혈액암은 다른 고형암보다 더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백혈병 환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소아혈액종양 분야가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신약의 급여화 속도도 개선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입증된 신약은 더 빨리 급여가 적용되어야 한다. 허가를 받은 약제라면 급여화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맞다. 특히 암은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이므로, 급여화가 지연되면 환자들의 어려움이 매우 크다. 앞으로 개발되는 신약들이 더 빠르게 급여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혈액학회에서도 급성 골수성 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연구회를 만들어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의견을 모아 전달해도 반영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뿐 아니라 혈액암 분야의 신약들이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힘든 치료 과정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당부한다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긴 치료 과정을 견뎌내야 하는 암이다. 다른 암들도 치료가 잘 안 되면 장기 치료를 하지만, 백혈병은 처음부터 긴 치료 계획을 세운다. 환자들이 잘 견뎌낼 수 있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치료 단계마다 좋은 효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다른 치료 옵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치료를 이어가시기를 바란다. 이른바 ‘꺾이지 않는 마음’이 필요한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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