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독 김영진 회장
한독이 올해 고희(古稀)를 맞았다. 1954년 설립된 한독은 지난 70년 간 성장을 거듭하면서 한국 제약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르는 법. 한독 김영진 회장은 최근 가진 한국제약바이오산업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신년인터뷰에서 한독의 70년사를 돌아보며 주요 변곡점이 된 시기를 회상했다.
김영진 회장은 “수입‧도매업체로 시작했지만 1959년 공장을 짓고 본격적으로 제품생산에 나서면서 유통에서 제조로 탈바꿈한 게 첫 번째 변곡점이었던 것 같다. 그 다음은 1964년 독일 훽스트(Hoechst)사와의 합작을 꼽을 수 있겠다. 1997년도 중요했던 해다. 당시 훽스트사가 종합화학회사에 생명과학회사로 바뀌면서 한독이 훽스트사의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한독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독자경영에 나선 2006년도 중요한 변곡점으로 꼽았다.
김영진 회장은 “사노피가 아벤티스를 인수하면서 다시 독자 행보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2012년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온전한 독자 경영에 나서면서 현재에 이르렀다”고 돌아봤다.
김영진 회장은 이어 한독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했다. 먼저 70주년을 자축 보다 고객, 환자, 지역사회에 감사를 전하는 ‘THANKS PROGRAM’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영진 회장은 “회사가 성장할 수 있게 함께 해준 사회에 감사하고 기여할 수 있는 행동을 전 직원 봉사로 실천하는 것이다. 꾸준히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본사, 공장, 지방사무소 인근 복지시설 방문봉사, 플로깅과 자원재활용과 같은 친환경 활동, 헌혈과 전립선 무료검진, 당뇨병과 치매 인식개선 캠페인 등 질병극복을 위한 활동 등 연간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적인 면에선 지난해의 어려움을 털어내고 성장의 길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독은 지난해 주요 제품인 희귀질환 치료제 솔리리스 등이 글로벌 제약기업의 인수합병으로 불가피하게 계약 종료를 맞았다. 한독은 2012년 도입한 솔리리스를 2022년 연 매출 500억원대 블록버스터로 성장시킨 바 있다.
김영진 회장은 “지난해(매출 5,179억원) 비즈니스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내고, 2024년에는 성장의 턴어라운드를 만들어낼 계획”이라며 “2024년은 전 비즈니스 영역에서 다양한 신규 제품들을 준비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R&D에서도 자체 신약 개발뿐 아니라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경쟁력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진행되고 있는 담도암 치료제와 선천성 고인슐린 치료제, 당뇨병성 황반병증 치료제, 지속형 성장호르몬을 비롯해 자체 신약개발 기술 기반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독은 아미커스(Amicus)의 세계 최초의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 갈라폴드, 재즈 파마슈티컬(Jazz Pharmaceuticals)의 중증 간정맥폐쇄병 치료제 데피텔리오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빅시오스, 인사이트(Incyte)의 간내 담관암 치료제 페마자이레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 민쥬비를 국내 공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면역학 기업 아르젠엑스(argenx BV)의 혁신적인 전신 중증근무력증 치료제 비브가르트, 희귀질환 전문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 소비의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 엠파벨리와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도프텔렛의 국내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희귀질환, 항암제 포트폴리오 대폭 강화했다.
아마릴, 테넬리아 등으로 당뇨병 치료제 명가의 위상을 고혈압과 대사증후군 분야로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김영진 회장은 “2월 사노피와 공동개발한 고혈압 복합 신약 아프로바스크를 출시하며 오랫동안 이어온 당뇨 명가의 위상을 고혈압 분야로 확대한다. 앞서 1월부터는 사노피의 아프로벨과 코아프로벨을 공동판매하고 있다”며 “아프로바스크는 이르베사르탄(ARB)과 암로디핀(CCB) 조합으로 개발된 최초의 고혈압 복합제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독은 일반의약품 사업도 다양한 신제품을 통해 성장세를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독은 지난해 태평약제약을 인수하며 확보한 케토톱의 매출 규모를 지난해 550억원대(2014년 당시 200억원대)까지 끌어올렸다. 케토톱은 출시 이후 30년 가까이 일반의약품 외용소염진통제 시장에서 부동의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 한독은 올해 케토톱을 매출 600억원대로 성장시키고 이를 필두로 일반의약품 비즈니스에서 1,000억원 매출을 돌파한다는 목표다.
이밖에도 의약품 부문 외 MD&LS, CHC까지 전 비즈니스 영역에서 다양한 신규 제품들로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김영진 회장은 이날 연구개발과 오픈이노베이션 등 신약 개발을 위한 행보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한독은 2023년 우수한 의약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혁신적인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한 점을 인정받아 혁신형 제약기업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독은 이중 항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항암제 ‘HDB001A’를 담도암 치료 적응증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오는 4월 암 분야에서 가장 권위가 잇는 미국 암학회(AACR)에서는 자체 개발하고 있는 항암 신약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항암 신약은 한독이 보유한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 Protein Degradation, TPD) 플랫폼 기술로 개발하고 있는 항암제 프로젝트 중 하나다. 폐암을 1차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며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영진 회장은 “올해는 70주년으로 한독에게 중요한 해다. 도약 기반 다지고, 성장하는 한해로 만들 것”이라며 “성장과 더불어 정도경영, 투명경영도 이뤄낼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임은 잘 안다. 하지만 70년간 한우물을 파면서 쌓은 경험과 노력이라면 이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한다. 직원들과 함께 기억될만한 70주년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