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과 COPD, 1차 의료기관에서 더 잘 관리해야” 지적
학회 “흡입제 처방률 높이려면 수가 등 정책적 지원 必”
이주영 의원 “호흡기 질환 관리, 국가의 책임 강화 필요”
“천식 치료는 경구 약물보다는 흡입제 처방이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일차 의료기관의 천식 흡입 스테로이드 처방 비율은 40%에 불과하다. 이는 마치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약 대신 타이레놀을 처방하는 것과 같다.”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호흡기질환의 만성질환관리 제도 도입 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유광하 이사(건국대병원장)는 이같이 말하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의 현황을 공유하고,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적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최준영 교수가 ‘국내 천식‧COPD 치료 현황 및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치료의 현황과 문제점을 설명했다.
최 교수는 초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천식은 기도 과민성을 특징으로 하며, 흡입 스테로이드가 천식 치료의 핵심 약물이다. 이는 증상 조절, 폐 기능 개선, 삶의 질 향상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차 의료기관에서는 경구 약물 처방이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흡입제를 처방하는 데 있어 의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여러 요소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흡입제를 사용하는 환자 교육이 필요하지만, 일차 의료기관의 제한된 시간과 자원으로는 이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그는 “환자들이 흡입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흡입제 사용 오류는 최대 60%에 이른다. 환자들에게 올바른 흡입제 사용법을 교육하면 오류가 50% 이상 줄어든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일차 의료기관에서 흡입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교육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이러한 교육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며,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와 교육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교육 상담료나 인센티브를 도입해,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흡입제 처방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 이사 또한 천식과 COPD 환자들이 일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천식 환자 중 10명 중 6명은 흡입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천식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흡입 치료가 일차 의료 현장에서 충분히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유 이사는 “흡입제는 경구 약물에 비해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이지만, 일차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사용하기 위한 시간적, 교육적 부담이 크다.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의사들이 흡입제를 처방하기보다는 경구 약물 처방으로 쉽게 넘어가고 있다”며, “의사들이 흡입제를 처방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유 이사는 COPD 관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유 이사는 “COPD는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약 300만 명이 해당 질환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중 5%만이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병을 앓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으며, 1차 의료기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는 “국가가 1차 의료기관에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으면, 천식과 COPD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종합병원이나 상급병원으로 몰리게 된다. 이는 전체 의료비 상승을 초래할 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도 저하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천식과 COPD의 예방과 치료는 외래에서 관리되는 ‘민감성 질환’으로, 일차 의료기관에서 잘 관리하면 입원율과 사망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해외 사례에 기반한 호흡기 질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핀란드와 호주 등의 해외의 성공적인 천식 관리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핀란드는 1994년부터 천식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10년간의 시행 결과로 천식 환자의 사망률과 입원율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며,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일차 의료기관에서의 적극적인 관리와 의료진 교육이며, 핀란드는 천식 치료를 잘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환자 교육과 함께 의료진 교육도 매우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주 사례를 소개하며 “호주는 천식 환자가 일차 의료기관에서 3번 이상 진료를 받도록 독려하는 ‘3 플러스 방문 플랜’을 시행했다. 이 제도는 천식 환자의 증상 조절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는 효과를 보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도입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일차 의료기관에서 천식과 COPD 환자를 잘 관리하기 위해 의사들이 학회를 만들고 연구를 진행하며, 진료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기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차 의료기관의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이러한 학술 활동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일차 의료기관 의사들이 연구와 학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보다 질 높은 진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의료진‧환자, “폐기능 검사,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해야”
이어진 패널 토론에는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곽순헌 과장,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용범 교수, 그리고 실제 천식 환자인 강동욱 씨가 참가해 논의가 이어졌다.
박 교수는 일차 의료기관에서 폐기능 검사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식과 COPD를 제대로 진단하고 관리하려면 폐기능 검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일차 의료기관에서 폐기능 검사를 시행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며 “특히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를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시키면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고,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천식 환자 대표로 참석한 강동욱 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차 의료기관에서의 천식 진료가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했다. 강 씨는 “저는 먼지가 많은 가락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적으로 폐에 큰 부담을 주는 직종에서는 정기적인 폐기능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동네 병원에서는 폐기능 검사 기기가 없고, 천식 치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동네 병원에서도 신뢰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복지부 “기존 시범 사업 효과 확인 후 확대 적용 가능”
이러한 제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곽순헌 과장은 “국가 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를 포함하는 방안은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지만, 다른 많은 질환도 검진 항목에 포함되길 원하는 상황이라 우선순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복지부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국가 검진에 포함시키는 대신, 먼저 시범 사업으로 시작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고 답했다.
곽 과장은 이어 “천식과 COPD를 만성질환 관리제도에 포함하는 문제는 계속 논의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위한 연구와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이를 위한 시범 사업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기존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주영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 토론회를 통해 만성 호흡기 질환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수 있어 기쁘다. 호흡기 질환은 아동부터 노년층까지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있으며,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의사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이러한 질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때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이 천식으로 고생할 때 느꼈던 안타까움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천식과 COPD는 이제 국가가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충분히 자격이 있으며, 이를 위한 정책적 논의가 오늘부터 더 활발히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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