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도전 앞둔 서울시 보라매병원 강승백 교수
무릎 인공관절 수술 개척자…2만건 이상 수술 성공
“마지막 퇴원환자 보니 시원섭섭…환자와 의료진에 감사”
강남베드로병원서 슬관절센터 구축…“진료 철학 이어갈 것”
“그동안 저를 믿고 찾아주신 환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항상 최선을 다해 진료해왔음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의료진 여러분께는 환자를 위한 헌신과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노력 덕분에 보라매병원이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환자를 중심으로 한 진료 철학을 계속 이어가길 바랍니다.”
이달 말 정년퇴임을 맞은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정형외과 강승백 교수가 환자와 의료진을 향해 남긴 따뜻한 메시지다. 1997년부터 보라매병원에서 근무한 강 교수는 보라매병원의 진료 및 행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많은 연구와 치료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유명하다.
강 교수는 1997년 당시 고관절 수술이 주류였던 상황에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개척하며 지금까지 1만 건 이상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 다양한 하지 수술을 포함해 2만 건 이상의 수술을 집도했다. 이러한 성과는 국내외 학회에서 많은 발표와 논문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무릎 수술의 결과는 전국적으로 인정받았다.
강 교수는 “우리 병원이 서울대 운영 하의 시립병원이라는 점을 활용해 양질의 진료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도, 공공병원은 진료의 질이 낮다는 인식을 탈피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병원의 환자 만족도로 이어졌고, 멀리 제주도에서까지 환자들이 찾아오는 결과를 낳았다.
또 강 교수는 보라매병원에서 체계적인 진료 및 연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의 노력으로 교육 및 수련 시스템과 조직 뱅크를 포함한 주요 시스템들이 체계적으로 구축됐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이기도 한 그는 “교육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은 의료진의 역량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뱅크는 골관절염 환자들에게서 채취한 조직을 보관해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으로, 현재도 서울대 자연과학대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인체 조직을 이용한 연구는 동물 실험보다 더 신빙성이 높고 적용성이 좋기 때문에, 이를 통해 더욱 정확한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 교수는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골 고정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온도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성질을 이용해 저온에서는 말랑말랑하게, 고온에서는 단단하게 변한다. 수술 시 따뜻한 물을 뿌리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 단단히 고정된다. 찬물로 식히면 쉽게 제거할 수도 있다”며 “또 수술 시간이 짧고 조직 반응이 없어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난 2009년 진료부원장 재직 시절, 신림선 경전철 역과 보라매병원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하철역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했던 과정이다. 보라매병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논의와 설득을 해야 했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병원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고, 이는 환자들의 편의성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허가를 2010년에 받았고, (2022년 개통돼) 결실은 재작년에 봤다. 13년이 걸렸지만, 열심히 뛰어다니며 노력한 끝에 이룬 성과다. 결실을 1년 반도 못 봤지만, 직원들과 환자들이 모두 좋아하는 것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러한 강 교수의 성과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보라매병원은 17일 4동 6층 대강당에서 제2회 슬관절 심포지엄(SNU-BMC Knee Symposium)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최신 슬관절 수술 기술과 재활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눈에 띄는 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초청해 슬관절 진료 분야의 급여 심사 기준에 대해 논의한다는 점이다.
현재 심평원 평가 및 심사 업무를 맡고 있는 강 교수는 심사 업무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현장과 심평원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강 교수는 “현재 심평원과 의료 현장 간에는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 심평원 기준이 교과서적인 기준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제한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런 간극을 해소하고, 의료 현장에서의 실제 사례와 심평원의 기준을 조율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젊은 의료진과 의료계를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강 교수는 의사에게 필요한 자질로 다방면의 지식을 강조했다. 그는 “의사는 단순히 의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보다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의사로서 환자를 ‘토털 케어’ 능력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무릎 수술이 잘 됐다고 해서 무릎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허리 문제도 무릎 통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전체적인 상태를 고려한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에게 무릎뿐만 아니라 척추 문제도 함께 설명해주고, 필요한 경우 허리 약도 처방해 통증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와 의사 간의 소통을 강조했다. “환자는 자신의 병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의사에게 불편한 점을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그에 맞춰 정확한 치료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일방적인 대화는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강 교수는 “여태까지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이제 그만두게 되니 시원한 기분도 있다. 오늘(7일) 마지막 환자까지 퇴원시키고 나니 시원한 느낌도 있지만, 굉장히 섭섭하다. 너무 오랫동안 달려왔기 때문에 그 관성이 아직도 있는 것 같다”며 진솔한 감정을 전했다.
강 교수는 보라매병원에서 27년 동안 근무하며 ‘환자를 위한 진정한 의료 서비스는 끊임없는 연구와 헌신에서 비롯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환자 만족도는 의료진의 협업과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다. 앞으로도 환자 중심의 진료 철학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수많은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강 교수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서울 강남구의 강남베드로병원에서 새롭게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새로운 환경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제가 개발한 기술들을 활용해 더욱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며 “환자 맞춤형 치료와 최신 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슬관절 센터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