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醫, 사직 전공의 54명 수기와 편지 전달
"망설이지 않고 사람 살릴 의료시스템 원한다"
이형민 회장 "필수의료 뒷전인 채 2천명 숫자로 난리 "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진정성을 알아달라"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 섰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으로는 의료개혁을 할 수 없다며 의료계의 반발은 "정부에 대한 반기도 아집도 아니다"라고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과 사직 전공의인 전호·김찬규 씨는 22일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응급의학과 전공의 54명의 이야기를 엮은 수기 〈응급실, 우리들의 24시간〉과 편지를 전달했다.
이 회장은 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함께 의료개혁을 이뤄야 할 주역인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 돌아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목줄을 채워 현장에 데려다 놓고 처우를 개선한다고 한들 제대로 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 책은 정치적이거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필수의료를 하는 젊은 의사들이 언제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지 담았다”며 “결국 의료개혁은 젊은 의사들과 함께 해야 한다. 이들이 다 나가면 누구와 하겠는가.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듣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로 타협할 여지가 있는지 생각해 달라”고 했다.
김 씨와 전 씨는 수기에 참여한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54명을 대신해 대통령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들도 윤 대통령에게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했다.
김 씨는 “정부 의료개혁의 방향성은 마음에 와닿았다. 그러나 환자와 의료진이 쌍방 신뢰할 수 있는 진료와 교육 환경,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지향하는 의료개혁의 방향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젊은 의사들은 명확한 원칙과 구체적 근거로 정책의 방향을 결정해 주길 바라며 원점 재논의를 요청했다”며 “정부에 대한 반기도 아집도 아니다. 이런 환경에선 더 이상 스스로 혹사하며 일하거나 최선을 다해 환자만을 진료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의 최전선에서 자긍심을 갖고 일하던 의사들이 왜 사직서를 제출했는지 돌아봐 달라”며 “최일선에서 환자를 치료하길 선택하고 한국 의료 발전에 기여한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말했다.
전 씨는 젊은 의사들이 망설임 없이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전 씨는 “짓누르는 중압감을 견디며 일한 것은 우리의 자부심이지 영광을 위함이 아니었다”며 “일을 하면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더 많은 사람이 거리낌 없이 필수의료를 선택하고 포기하지 않게 하는 기반과 사람을 살릴 때 망설일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에 묻혀 정말로 필요한 의료개혁 문제들이 묻히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명확한 의료개혁의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단순히 ‘의료개혁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전문가와 논의하며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은 목표 없이 ‘무조건 의대 정원만 증원하면 해결된다’고 한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목표가 어딘지 누구도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정말 중요한 필수의료 살리기는 뒷전이 된 채 2,000명이라는 숫자로 온 나라가 난리”라며 “국민뿐 아니라 미래 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현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 젊은 의사들이 전공을 포기하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와 우리나라 필수의료 발전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씨도 “어떤 목적을 위해 이것을(의료개혁이나 의대 정원 증원을) 하는지 설명해야 하는데 목표나 이유가 없으니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 급급한 현실”이라며 “주먹구구식으로 된 의료개혁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환자를 책임지지 못하면 어떤 벌을 받는지 먼저 따지는, 엄벌주의로 의사를 대하는 기조가 의사들을 위축되게 만든다"며 "최소한 응급의료 현장에 대해선 법적인 잣대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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