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진료 정상화 촉구…국민 운동도 제안
현장 간호사들 "병원 폭풍전야…전공의들 병원 돌아와 달라"
전공의 단체사직으로 인한 의료현장의 혼란이 가속화되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정부와 의료계에 강대강 대치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는 “국민 이기는 의사가 되지 말라”며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생명홀에서 ‘의사 진료거부 중단과 조속한 진료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현장 간호사들도 참석해 전공의가 떠난 후 남겨진 병원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병원에서 근무한다는 A간호사는 “병원은 환자를 조기 퇴원시키고 있으며 수술도 50% 이상 줄였다. 응급실도 환자를 돌려보내고 있어 폭풍전야와 같은 불안함과 고요함이 느껴진다”며 “위증증 환자들은 간호사만 남은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교수가 도착하기 전 간호사들이 제세동기를 작동시켜야 하는 위급한 상황도 발생한다”고 했다.
A간호사는 “정부와 의사 단체는 하루빨리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해 달라. 전쟁터와 같은 병원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에게 정상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방 사립대병원 소속 B간호사도 “PA 간호사들은 이전에도 부족한 의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더 많은 업무가 전가되고 있다”며 “업무 위임 사항도 시간대·요일별로 계속 변경돼 공지가 넘쳐나며 공지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헷갈릴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은 남자간호사로 새로운 팀을 꾸려 도뇨삽관, 항암포트 니들 제거, 관장 등 침습적 업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원내 CPR팀을 의사 없이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로만 구성해 흉부 압박 등을 직접하고 있다”며 “의사가 아닌 이들의 행위는 환자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자기 자신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는 의사 부족을 인정하고 하루빨리 집단 진료 거부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와 의료계를 향해 의료대란을 멈추기 위해 신속히 대화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은 “정부는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고 대화를 통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의대 증원 추진 방식과 교육의 질 향상 방안, 정책 패키지 세부 내용과 재정 지원안을 보면 우려되는 점들이 많다”며 “이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처벌하겠다고 압박할 게 아니라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해 날짜를 정해 사직서를 내고 일제히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가 아닌 명백한 집단 진료거부”라며 “국민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서 국민과 맞서는 게 아니라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 병원도 전공의를 설득해 조속히 업무로 복귀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국민이 나서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를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치의 희생자는 국민”이라며 “경증·비응급 환자의 대형종합병원 이용 자제 운동,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덕분에’ 운동, 의료계와 정부 간 대화를 촉구하는 국민행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前) 대한의사협회장은 ‘의사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을 이기는 의사는 되지 말길 바란다”며 “의사 앞에서 숨 죽이던 환자와 국민들이 왜 분노하고 등 돌렸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현 시점에서 정부보다 강경한 것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업무개시명령, 국민 생명 보호할 국가 책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정부에 제시한 7대 요구사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전협은 지난 20일 긴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결의한 성명서를 공개하며 ▲의대 증원 계획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을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대책 마련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과학적인 의사 수급을 위한 기구 설치와 수련병원 전문의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호 대책 마련, 열악한 전공의 환경 개선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나 의대 증원 계획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백지화, 업무개시명령 백지화,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대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라는 요구는 의사 부족으로 인한 지역·필수·공공의료 붕괴와 열악한 전공의 근무 환경을 방치하라는 뜻이다. 이에 집단 진료 거부에 나설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했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은 국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당연한 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며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도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당한 조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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