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조사에 반발…의료현안협의체 보이콧도 시사
희망 증원 규모 '투기적'…"실패 알면서도 강행" 성토

최대 4000명에 육박하는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 결과에 대한의사협회가 불공정하고 일방적이라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청년의사).
최대 4000명에 육박하는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 결과에 대한의사협회가 불공정하고 일방적이라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청년의사).

의과대학 정원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정부 수요조사 결과에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의료계와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의료현안협의체 보이콧(거부)도 시사했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전국 40개 의대가 제출한 증원 수요를 공개했다. 대학들은 오는 2025년까지 최대 2,847명, 2030년까지 최대 3,953명을 늘리길 원했다(관련 기사: 대학들이 원하는 의대 증원 규모 최대 4000명 육박).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의협은 정부 발표 직후 용산구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불공정하고 비과학적인 수요조사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지역·필수의료 개선 방안을 의료계와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의협은 "이번 조사는 의대 희망 사항만 담은 졸속·부실·불공정 조사"라면서 "비과학적 조사 결과를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정부 여론몰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의협은 "정부가 지금처럼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14만 의사의 총의를 모아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면서 "지난 2020년보다 더 강력한 강경투쟁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22일 예정된 의료현안협의체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번 발표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하던 "정부와 의료계 협상 자체를 깨트리는 불공정 행위"라는 것이다.

이필수 회장은 "한국의학교육협의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수많은 의료 단체가 우려를 표명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면서 "오늘 의료계 지도자들과 긴급회의에서 앞으로 방향성을 논의한다. (의료현안협의체 개최 여부는) 여기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41대 회장으로서 협상과 소통을 모토로 회장에 당선됐고 지난 임기 2년 7개월 동안 단 한 번도 파업을 거론한 적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면서 "투쟁 동력은 의협 집행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나아가느냐에 걸렸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하면 선두에 나서서 투쟁하겠다"고 했다.

서정성 총무이사는 "이 정부는 필수·지역의료가 무너진(무너뜨린) 장본인이고 (필수의료 위기는) 정책 실패다. 그러나 적정 의료인력 수급 계획도 마련하지 않고 정책 실패를 말도 안 되는 수요조사로 가리려 한다"면서 "1,000명을 늘려도 2,000명을 늘려도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민은 물론 정부조차 알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이연 홍보이사 겸 대변인 역시 현재 수요조사 규모는 "부동산 투기처럼 증원을 바라는 측의 투기적 요소가 포함됐다"면서 "(의료 현안 해결을 위한 고민보다는) 사교육계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주관적인 욕망이 반영된 (부정확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산하 의료정책연구원 연구를 바탕으로 의료계가 보는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이달 중 정부에 제시할 예정이다.

의협 대의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 정책 방향을 규탄하며 의대 정원을 비롯해 의료 현안 관련 논의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대의원회는 "필수·지역의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 정비를 협의하는 와중에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여론 조성으로 의대 정원 확대 당위성을 확보하고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비열한 수작"이라고 했다.

의대들이 "몸집 불리기에 수요조사를 이용했다"며 "그 저급한 판단이 결국 의료체계 공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대가 "의사의 열정과 (의학) 교육을 단순히 노동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판단은 필수·지역의료 대책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협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조정에 나서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의대 정원 관련 논의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하라"고 했다.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신중하고도 과학적으로 진행돼야 할 수요조사는 정치적으로 변질돼 버렸고 조사된 의대 정원 수치는 부르는 게 값이 되는 투전판이 됐다”며 “수요조사의 신빙성에 대한 검증은 온데간데없고 온 나라가 혼란과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대 정원을 늘리기 전에 필수·지역의료 분야 유입 방안과 적정 보상, 법적 책임 완화,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며 “비상식적 막무가내의 일방통행이 지속되면 14만 의사들의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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