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지역사회 통합의료돌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활성화를 위해 의료와 돌봄을 함께하는 ‘요양의원(가칭)’을 설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 1989년 행정구역에 따른 진료권 설정 후 지역 내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1, 2, 3차 의료기관을 만들었고, 기존 시스템은 고령화로 돌봄(케어)이 중요해진 현재 효율적 의료제공을 할 수 없다는 게 이같은 제안의 이유였다. 동시에 급성기-회복기-만성기 등 질환의 시기별 특성과 의료기관의 기능별 특성에 따른 구분도 제안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요양의원은 통합 의료·돌봄 전문 일차 의료기관으로 일본의 개호 의료원과 비슷한 기능을 맡는 곳이었다. 요양의원 의사가 고령자와 친밀한 관계와 신뢰를 형성하고 예방적 의료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전제 조건으로 사전에 충분한 보상체계(만성질환 관리, 방문 진료·방문 간호, 환자 교육, 건강 증진, 치료계획 상담 관련 수가 신설 등)가 필요하다고 했다.

요양의원에 기존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중간 정도로 완화된 시설, 인력, 장비 기준을 적용해 장기요양 환자를 일부 케어 할 수 있도록 하고, 통합 의료·돌봄 체계가 생겨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차 의료기관의 방문 진료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게다가 지역 완결형 의료 돌봄 체계를 위해 ‘회복기 병원’을 신설하자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같은 제안에 실현 가능성과 자원 낭비 등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현재 전국에는 요양병원 1,400여곳이 있다. 부족함이 있긴 하지만 요양병원은 기능을 하고 있다. 요양의원은 요양병원에서 분리돼 역할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된다. 요양병원 입원 후 컨디션이 호전돼 지역사회로 돌아간 환자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기존에 진료했던 요양병원이다. 진료 연속성 측면에서도 합당하다. 요양의원은 단편적인 진료를 통해 환자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지역 완결형 의료·돌봄 체계를 담당할 의료기관으로 회복기 병원을 신설하자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요양병원도 생존을 위해 기능 분화를 추진 중이다. 재활, 치매, 암, 투석 등 다양한 기능으로 분화 중이며, 기존의 요양병원에서 회복기 병상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손보면 쉽게 해결된다. 일본의 요양개호제도는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중복돼 컨설팅을 받을 정도로 복잡한 반면, 한국은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으로 명쾌하다.

더욱이 제도가 복잡하면 의료 소비자만 힘들어진다. 게다가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초기 세팅이 잘못되면 나중엔 되돌릴 수 없는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필자는 요양의원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의문이 있다. 전국 1,400개 요양병원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복잡하게 풀어야 할까. 고령화는 정해진 미래다. 저비용 고효율의 노인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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