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의학대학원 야마나카 다카시 교수 초청 세미나
"재택의료 빠르게 자리 잡으려면 정부 재정 투자 필수"
의사·지역 중심 기반 마련을…政 "성공 모형 만들겠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 없이 재택의료가 자리 잡기 어렵다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초고령사회 '선배'인 일본에서 날아온 조언이다.
도쿄대 의학대학원 재택의료학과 야마나카 다카시 교수는 지난 22일 일본의 재택·방문치료를 주제로 진행한 초청 세미나에서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투자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도봉구의사회 초청으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공동 주최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의료비 급증에 대한 해법으로서 재택의료가 빠르게 정착하려면 그만큼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나서야 한다"며 "특히 충분한 재정을 확보해 의료계가 재택의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일본은 재원 자체가 안정적으로 확보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본적으로 비용 50%를 지원한다. 피보험자인 환자 본인도 40세 이상 개호보험과 75세 이상 후기고령자보험을 통해 30% 정도 비용을 부담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재택의료에 국가 재정을 투자하고 환자가 재택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합당한 비용을 치르는 게 당연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재택의료 체계를 구축하고 재정을 투입하는 부담이 적다"고 했다.
"지역의사회 중심으로 재택의료 기반 마련해야"
이날 현장에서는 재정은 물론 지역의사회 역할도 재택의료 기반 형성에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한국도 커뮤니티케어가 의사가 중점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뤄진 것을 보인다. 여기서 나아가 커뮤니티케어는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강 회장은 "커뮤니티케어를 실행하는 단위와 구조는 의사회 즉 지역의사회를 중심으로 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회에 제도적으로 관련 권한을 부여하고 정부·지자체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중랑구의사회 오동호 회장 역시 "재택의료는 지역 개념이 강해야 한다. 지역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는 의료진이 담당해야 한다"며 "수가를 비롯해 여러 한계가 있지만 재택의료는 시대적으로 가야만 하는 길이다. 의협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도봉구의사회는 재택의료 참여 의원 컨소시엄 모형을 제안했다. 지역의사회가 의사를 채용하고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팀을 구성해 재택의료를 전담한다. 지역의사회 구성원 절대 다수인 1인 개원의의 참여 부담을 완화하고자 내놓은 방안이다.
도봉구의사회 김성욱 회장은 "컨소시엄 모형이면 24시간 365일 재택의료 대응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재택의료 환자도 이런 방식으로 돌봤다. 지역의사회가 주체가 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 담당자에게 이런 구상을 전했고 의협 커뮤니티케어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학제·다직종 특성도 고려를…政 "한국식 성공 모형 수립하겠다"
지역사회 재택의료 기반으로서 다학제 교육과 다직종 연계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대 간호대 윤주영 교수는 "지난 5월 일본 현지에서 지자체 재택의료 담당자를 만났을 때 일본이 더 이상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사망하는 시스템에 재정을 지출할 여유가 없다고 느꼈다"며 "한국도 이런 현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원하지 않아도 의료인으로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무엇보다 다학제 교육과 다직종 연계가 중요하다. 재택의료에 참여하는 여러 직종 사이 의학적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기능적 부분도 만족하는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간호계도 재택의료 인력 양성으로 고민하고 있다. 뒤처지지 않고 발맞춰 함께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부 측도 팀 기반 재택의료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국 실정에 맞는 성공 모형 수립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주치의제'를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도훈 성북지사장은 "재택의료가 발전하려면 팀 기반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복지부와 공단은 의료와 요양, 돌봄 서비스를 연계하고 다학제 팀 활성화를 위한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 지사장은 "공단은 일차의료개발연구센터에서 실현 가능한 한국형 주치의제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시범 사업을 통해 확산시키겠다"며 "의협과 함께 해 한국형 주치의제가 정착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의료계에는 재택의료 관련 단체·직종 간 연계 활성화를 주문했다. 현재는 "재택의료 관련 단체나 참여 직종이 다소 산발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며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컨센서스가 형성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