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미국 보스턴 소재 모더나 본사를 가다
코로나19 백신 개발한 자신감…임상개발 다수 'ing'
“더 많은 환자에게 mRNA 의약품 혜택 제공할 것”

모더나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시름하고 있을 때 경이로운 속도로 백신 개발에 성공한 기업의 이름이며, 식당이나 카페에 출입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맞아야 했던 백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한번쯤은 병원에 전화를 걸어 그 이름을 외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시 모더나 백신 있나요?”

모더나 본사 전경.

하지만 모더나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이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혜성처럼 나타났지만 어디에 있는 기업인지, 그전까지 뭘 개발했었는지 어렴풋하게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더구나 엔데믹을 맞이한 지금 모더나가 뭘 개발하고 있는지는 우리의 관심사로부터 조금 멀어진 상태다.

이달 초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취재와 더불어 모더나 본사 투어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모더나가 지금 뭘 하고 있을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에도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었다. 오히려 더 분주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본 모더나 본사의 외관은 다소 심심한 모습이었다. 드넓은 로비 같은 것도 없었다. 애초에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는 듯 보안이 철저했다. 입구와 맞닿아 있는 데스크에서 입장을 위한 절차를 거치고 내부에서 사진이나 영상 촬영은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다소 쫓기듯 담당자를 만나러 위로 향했다.

모더나 본사 전경. 
모더나 본사 전경.

“모더나 본사 사옥에 붙은 이름이 뭔가요?” “‘200 Technology Square’랍니다.” 200 Technology Square는 모더나 본사가 위치한 주소다.

처음엔 메리 베스 우딘(Mary Beth Woodin) 연구개발 커뮤니케이션 담당(Senior Director)이 농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애플 같은 IT 공룡 기업들이 비전을 담아 사옥에 화려한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모더나도 유사한 면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탓이다. 그녀의 담담한 미소를 보고서 그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 더 물었다.

“그럼 지금 짓고 있는 모더나 신사옥에 붙일 이름은 정해졌나요?” 내 질문에 그녀는 누구도 그런 걸 물어본 적 없다는 듯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그건 확인을 해봐야 할 거 같네요”라고 답했다. 그 뒤로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는데 아마 구글 지도를 켜고 신사옥을 주소를 찾아보면 알 수 있을 듯했다.

이렇듯 직접 방문한 모더나는 담백함의 결정체였다. 휘황찬란한 외관이나 신기한 사내 문화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었다. 설립 후 10년간 mRNA를 연구해온 연구 중심의 회사라는 점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모더나의 모든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모더나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며 보여준 속내는 그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연구를 하고 있던 연구원들이었다.

본사의 연구시설 내부를 안내 해준 이는 존 조얄(John Joyal)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로, 그는 모더나의 생명 과학 연구 총괄(Head of Biological Science)이기도 하다. 그는 총 10층에 달하는 모더나 본사의 2층과 4층, 5층을 소개시켜 줬는데 각종 방과 복도를 오가며 어느 구역에서 실험용 고글과 가운을 입어야 하고 벗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인상적이었던 건 지난 몇 년간 모더나가 이룬 성과와 구역별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존 조얄 COO에게서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존 조얄 COO는 “여기서 LNP의 4가지 요소 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PEG-지질을 만든 사람을 만난 수 있다”거나 “이 실험실에서 바로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을 들려줬다.

아쉽지만, 본사에 들어섰을 때 들었던 이야기처럼 연구시설 내부 또는 전경도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존 조얄 COO는 “모더나는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환자들이 mRNA 의약품을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유전자 시퀀싱에만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장비가 투입되고 있지만 치료제를 개발할 수만 있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게 우리의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

모더나 방문 당시 프라이드 위크(성소수자 주간)를 맞아 회사 한편에서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모더나 방문 당시 프라이드 위크(성소수자 주간)를 맞아 회사 한편에서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실제로도 모더나는 감염질환 외에도 면역항암, 희귀질환, 심혈관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mRNA 의약품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얻은 자신감이다.

이미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임상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이다. 모더나는 현재 고령자 대상 RSV 백신 후보물질 ‘mRNA-1345’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 1월 3상 임상시험 주요 데이터를 발표했다.

각종 감염병에 대한 예방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콤보 백신도 모더나가 박차를 가하는 파이프라인 중 하나다. 코로나19+인플루엔자 백신 ‘mRNA-1073’, 인플루엔자 + RSV 백신 ‘mRNA-1045’, 코로나19 + 인플루엔자 + RSV 백신 ‘mRNA-1230’ 모두 현재 1상이 진행 중이다.

오는 2024년이면 모더나는 지금보다 3배 더 커진 신사옥으로 대부분의 본사 기능을 옮겨갈 예정이다.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셈이다. 두 눈으로만 모더나 내부의 모습을 담은 채 모더나 본사를 걸어 나왔다.

팬데믹을 몰아내는 데 일조한 것치고는 소박한 모습의 회사라는 생각과 함께 그들이 획기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던 것처럼 또 한 번 새로운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내심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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