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안건 상정 여부가 결정되는 23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법안 폐기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전국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의협에 간호법 공개토론회를 제안한 대한간호협회에 대해서는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토론회여야 한다고 받아쳤다.

서울시의사회 임원 등 국회 정문 앞에 모인 의협 회원 100여명은 '민주당 OUT!', '입법폭거', '의료인 면허강탈법', '간호사특혜법' 등의 문구가 적힌 하얀 풍선과 피켓 등을 들며 두 법안을 폐기하라고 햏ㅆ다.

의협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간협이 간호법을 통해 돌봄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간협은 지난 22일 간사하게 국회의원의 특권을 이용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수백명이 모여 ‘민트엔젤’이라는 승리의 세레모니와 함께 부모돌봄사업을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간협은 그 자리에서 의협에 ‘존엄한 돌봄의 걸림돌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며 “간협에 역으로 제안한다. ‘왜 간호법은 간호사특혜법으로 불리는가’라는 주제로 대한간호조무사협회·한국요양보호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 13개 단체와의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간협이 내세운 주제는 의사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보인다. 게다가 의사와 간호사 대결 프레임으로 끌고가려는 의도도 좋지 않다. 간호사보다 더 열악하고 힘든 직역들이 있는데 의사만 집어서 그런 제안을 했다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앞 천막에서 철야농성 11일, 단식투쟁 4일차를 맞이했다. 반면 간협은 169석 거대야당인 주당과 야합했다. 과연 누가 기득권을 가진 강자인가”라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 “법안이 언제 본회의에 부의되는가가 중요하다”며 “투쟁 로드맵이 그 일정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에 맞춰서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며 오늘도 보건의료계의 각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보건복지의료연대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는 법"이라며 "나아가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악법 중 악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잘못된 법안들이 의사는 물론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했지만 끝까지 연대해 현재의 난관을 잘 헤쳐 나가겠다.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최종적으로 폐기되는 순간까지 비대위가 힘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참여한 비대위 위원들과 서울시 구의사회장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한 목소리로 간호법 페기를 요구했다. 간호법으로 '부모돌봄'에 나서겠다는 간협을 향해 의료인의 직분을 망각하고 직역 이익만 내세우고 있다는 강한 비판도 나왔다.

구현남 서초구의사회장은 “미국 널싱홈에서 지난 2015년 기준 연간 6만여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며 “미국은 땅이 넓고 의료비가 비싸다지만 우리나라 의료비는 전세계에서 가장 싸다. 간호돌봄센터가 왜 필요한가. 국민이 미국 널싱홈 치료를 원한다고 생각하는가. 간호법 철폐하라”고 말했다.

정재원 동대문구의사회장은 “간협은 간호 돌봄을 강조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필수의료다. 필수의료에 종사할 간호사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며 “간호사가 환자를 위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표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간협은 직역 이익을 위해 돌봄을 언급하며 타 직역의 이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황규석 부위원장은 “민주당은 국민을 찢어놓는 것도 모자라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놓고 간호사 직분을 망각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며 “의사와 간호사를 찢어놓는 간호법이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통과시켜야 할 법인가. 민주당은 각성하라”고 했다.

임현선 송파구의사회장도 “조금 전까지 90세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고 왔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됐다고 해서 그동안의 공을 ‘간호사 덕분에’라고 할 수 있는가. 모든 보건의료인이 협력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다. 간호사를 의료인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한동우 구로구의사회장은 “간협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그들의 특권의식을 보여주며 부모돌봄이라는 미명 하에 불법적 의료행위를 자행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며 "부모돌봄은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촉탁의가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대위원회 이윤수 부의장도 “의료계 '원팀’에서 간호사가 이탈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은 간호사가 13개 보건의료직역 위에 군림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 진정한 의료인의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이태연 부회장은 “국민에 간호법이 즉각 제정돼야 할 법안인지 묻고싶다”며 “우리나라가 초일류 국가가 되지 못하고 코로나19를 극복하지 못한 게 간호법이 없기 때문인가. 의료인 배척하는 간호법에 반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