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공지능학회 최현석 총무이사 인터뷰
“기술적 상향평준화…실제 활용에 대한 고민 必”
“수가 등 韓의료 AI 육성 위한 정책 뒷받침돼야” 

[시카고=김찬혁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분야는 무한경쟁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솔루션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새로운 솔루션이 나와도 신선할 게 없는 시점에 다다른 겁니다. 이제는 개발한 솔루션을 어떻게 활용하고, 영상의학 전문가의 워크플로(work flow)에 녹여낼지 고민할 때 입니다.”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북미영상의학회 연례학술대회(RSAN 2022) 현장에서 만난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최현석 총무이사(서울의료원 영상의학과장)는 국내 AI 기업들을 향해 이같이 조언했다. 최 이사는 국내 의료 AI 개발 업체인 딥노이드의 최고의학책임자(CMO)를 맡는 등 의료 AI 산업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RSNA 현장을 둘러본 소감을 묻자 최 이사는 “실제 의료 현장에 사용되는 제품이 늘어났다”며 “이전까지는 각 회사들이 특수한 의료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서비스를 위해 플랫폼화하고 클라우드화하고 있다는 것도 한 가지 특징”이라고 말했다.

2022년 북미영상의학회 연례학술대회(RSNA 2022) 현장에서 만난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최현석 총무이사 모습.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최현석 총무이사는 2022년 북미영상의학회 연례학술대회(RSNA 2022) 현장에서 청년의사와 만나 의료AI 분야에 대해 이야기했다(ⓒ청년의사).

하지만 최 이사는 “행사장을 둘러봤지만 국내외 기업 부스에서 크게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없었다”고 했다.

최 이사는 “지난 2019년 정도만 하더라도 새로운 솔루션이 나오면 세계 최초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시점에 왔다. 여기가 하고 있으면 다른 기업도 하고 있다. 국내에 나온 솔루션이 미국에도 있고, 미국 업체가 개발하고 있으면 유럽에서도 개발되고 있다”고 했다.

최 이사는 “산업 자체가 기술적으로 상향평준화를 이뤘기 때문에 데이터만 있으면 다른 기업이 하는 걸 따라갈 수 있는 환경이다.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내년 RSNA 인공지능 쇼케이스 규모가 더 커진다고는 하지만 정작 10년 뒤에 어느 기업이 남아있을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의료 AI에 대한 실제 의료 전문가들의 반응을 가감 없이 들려주며 의료 AI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함께 안겨줬다.

최 이사는 “의료 AI 시장이 무르익었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 사이에선 정말 의료 AI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의료 현장에서는 AI를 쓰면 효율성이 더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AI를 사용했는데 판독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최 이사는 “AI가 어떨 땐 잘 돌아가는데 어떨 때는 작동하지 않기도 한다. 그럼 재부팅을 해야 하고, 때로는 그냥 AI 없이 판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AI를 워크플로에 넣어야 하는지 실질적으로 고민하게 된다"며 "이는 의료 AI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최 이사는 “뇌동맥류 연구에 비춰보면, 대학교수급의 이미지 판독에는 AI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주목할 점은 비전문가가 AI를 이용했을 때 진단 능력이 확실히 올라간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럽과 같이 영상의학과 전문가 수가 모자라는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의 의료 AI 활용 가능성을 묻자 “유럽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영상 품질을 관리해준다거나, 판독 턴어라운드(Turn around) 시간을 단축시켜준다거나, 방사선량 관리를 도와준다거나 하는 등의 역할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성장하려면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미국 의료 AI 기업들의 경우, 제품이 실제 의료 현장에 사용되면서 실적 면에서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미국이 좀 더 의료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반면, 국내의 경우 수가라든지 여러 문제로 아직은 소극적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경기가 좋지 않으면서 스타트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환경이 뒷받침돼야 의료AI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의료 수가 체계에 대한 부분을 들 수 있을 거 같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환경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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