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병상 확보 공문 받지 못한 병원들 많아
“사전조사했어도 몇 병상 확보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정부 방침에 따라 코로나19 병상을 일반 병상으로 전환한 병원들 중 행정명령을 받은 병원들은 다시 코로나19 치료병상을 마련해야 한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 방침에 따라 코로나19 병상을 일반 병상으로 전환한 병원들 중 행정명령을 받은 병원들은 다시 코로나19 치료병상을 마련해야 한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정부가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정작 병원들 중 일부는 이번 조치 대상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주로 준증증 병상을 마련해야 하는 종합병원들이었다.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중대본)는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행정명령을 발동해 1,435병상을 코로나19 치료 병상으로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1,435병상 중 657병상은 중증, 778병상은 준중증 병상이다.

중대본 1총괄조정관인 보건복지부 이기일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전 조사를 통해 가동 가능한 병상을 파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차관은 “옛날에는 허가 병상의 1~2%나 4%까지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이번에는 지난주 일주일 동안 중수본과 지자체가 합동으로 가동 가능한 병상에 대한 현장점검을 했다”며 그 결과 최대 3주 안에 1,435병상이 확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 차관은 지난 14일 상급종합병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중증 병상을 재가동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종합병원은 행정명령 대상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관련 공문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대본 브리핑에서도 행정명령으로 추가 확보되는 병상만 강조했을 뿐 대상 병원에 대해서는 상급종합병원만 언급됐다.

A종합병원 관계자는 21일 “얼마 전 보건소에서 나와서 병상 등을 점검하고 갔지만 그 이후 코로나19 치료병상을 얼마나 확보하라는 공문은 받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상급종합병원만 행정명령을 받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가 코로나19 병상 지정을 취소한 이후 병실에 설치했던 음압기를 제거하고 일반 병상으로 전환한 상태다. 병실에는 이미 환자들도 입원해 있다”며 “기존에도 별도로 운영하던 음압격리실 외에는 여유가 없다. 상황에 따라 다시 환자를 다른 병실로 이동시키고 음압기를 설치하는 등 공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준중증 80병상을 준비하고 있는 B종합병원도 한숨이 깊다.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서 코로나19 병상을 일반 병상으로 리모델링했으며 병상 가동률도 90% 이상이다. 코로나19 병상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시 병실을 비우고 이동형 음압기를 재설치해야 한다.

B종합병원 관계자는 “달라진 게 없다. 과학 방역을 강조하더니, 이렇게 하는 게 과학방역이냐”며 “다시 음압기를 꺼내고 공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종합병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사전 조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등 의료인력 배치가 가장 문제다. 사표 내는 간호사가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자체에 병상 동원 행정명령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해당 병원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지연됐을 수는 있지만 사전 조사를 통해 가동 가능한 병상을 파악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수본 입장이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정기석 위원장은 행정명령이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과학방역 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 위원장은 21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국립병원이나 도립병원, 시립의료원은 말을 잘 들을 것 같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독립 채산이기 때문에 (병상 동원이) 잘 안됐다. 그래서 행정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주먹구구가 아니라 철저히 계산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들이 선호하는 대형병원은 병상이 항상 가득 찬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만명 정도 발생할 때도 그 병상을 다 비워 놓으면 평소 입원해야 했던 다른 질병 환자들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물론 (코로나19) 병상을 준비하고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재정적인 손실도 있기 마련이다. 철저히 준비해서 적절한 보상을 하고 미리 2주 전에 조치를 하면 (병원은) 준비해서 병상을 열고,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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