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주내 1435병상 추가 확보 행정명령
“공사해야 하지만 몇 병상 마련해야 할지 몰라”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되자 정부는 지난 20일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발동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되자 정부는 지난 20일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발동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상급종합병원들이 다시 병실 공사에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병상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병상 지정을 취소한 지 한달여 만에 발동된 병상 동원 행정명령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0일 행정명령을 발동해 1,435병상을 코로나19 치료 병상으로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행정명령 발동 후 1주일 내 1,276병상, 2주일 내 119병상, 3주일 내 40병상이 가동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한숨부터 나왔다. 코로나19 병상을 일반 병상으로 전환하는 공사를 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는 공사를 또 해야 하는 상황이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확보해 놓은 코로나19 병상을 없앴다가 다시 만드는 일이 반복됐다. 일부 병원은 병실에 설치해 놓은 이동형 음압기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자구책을 쓰기도 했다.

이번에는 공사를 바로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 병상을 얼마나 확보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병원들과 사전에 조율했으며 1주 내로 1,276병상을 가동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A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아직 공문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치료 병상을 얼마나 마련하라는 것인지 알지 못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정확한 병상 수를 알아야 그에 맞춰 준비할 텐데 전달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다른 병동으로 이송하고 인력도 다시 배치해야 한다. 뚝딱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2년 6개월이나 지났는데 달라진 게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B상급종합병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B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상 동원 관련 공문은 아직 받지 못했다”며 “지난 15일 보건소에서 나와 코로나19 치료병상으로 재지정이 가능한 병상은 얼마나 되는지, 가동하는데 며칠이나 걸리는지 등을 조사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병상 배정을 권역별로 묶어서 하는 등 기존과는 다르게 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바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별도 공간을 확보해 놓은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은 병상 확보가 수월한 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감염관리센터(CIC) 내 26병상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며 삼성서울병원도 코로나19 환자용 중환자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중증 20병상, 중등증 30병상을 운영하며 서울성모병원은 8병상, 서울대병원은 20병상을 코로나19 환자용으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발표와 달리 현장에서는 공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자체를 거치는 과정에서 약간 늦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행정명령을 ‘병상 동원’이 아닌 ‘병상 가동 준비 행정명령’이라고 표현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행정명령 공문을 지자체에 보냈고 해당 지역 병원들이 코로나19 치료 병상을 재지정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했다”며 “지자체에서 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몇 병상을 준비해야 하는지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 환자를 다른 병동으로 이동시키고 간호사도 재배치해야 하는 등 준비할 게 많다는 걸 안다. 그래서 병원이 준비됐다고 지자체를 통해 알려주면 그때 재지정한다”며 “가동 준비 행정명령을 내렸고 준비된 상황에 따라 복지부가 코로나19 병상으로 재지정하면 그때부터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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