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협 임진수 회장 "지난 2년 코로나 대응 아쉬움 커"
시스템 개선, 업무 효율화 등 개선 등한시 해 사태 키워
"누구보다 현장 잘 아는 공보의 의견에 더 귀 기울이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해를 넘겨 3년차를 맞았다. 지난 2년간 정부와 의료계가 총력전을 펼치면서 코로나19 상황은 급변하는 전쟁터처럼 희망과 절망을 오르내렸다. 그리고 이 총성 없는 전쟁 최전선에 공중보건의사들이 있었다.

국내 코로나19 대응은 진단검사(Test)→역학 추적(Trace)→치료(Treat)로 이어진 '3T'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공보의들은 선별진료소와 보건소 역학조사팀, 생활치료센터에서 3T 전략의 핵심 인력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되자 공보의들은 각 지역 예방접종센터에 배치됐고 공보의 1인당 하루 200명이 넘는 접종 인원을 감당했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후 위중증 환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자 정부와 병원이 가장 먼저 찾은 인력도 공보의였다. 중증 병상에 투입할 전문 의료진이 부족하자 각 지역 공보의들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파견됐다.

그리고 정부가 확진자 1만명 대비 병상 확보 대책을 발표하면서 마련한 의료 인력의 핵심도 공보의였다. 공보의들은 1월 말까지 최소 필요인력을 제외하고 중환자 진료 병원에 배치된다.

이렇게 지난 2년간 공보의들은 위기상황마다 즉시 투입돼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을 구축해왔다. 공보의가 군인이자 의사로서 임기제 공무원 신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신분상 제약과 정부 당국의 일방적 태도 앞에 전문가로서 입지를 인정받지 못했고 의견 개진에도 한계를 느껴야 했다.

수당 문제를 비롯한 처우 개선도 지지부진했다. 많은 공보의들이 과중한 업무로 육체적 피로는 물론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지만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다. 지난 1년간 청년의사가 만난 공보의들은 현장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면서도 결국 "아무리 말해도 개선될 것 같지가 않다"로 끝맺곤 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임진수 회장도 청년의사와 만나 지난 1년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되돌아보며 '아쉽다'고 했다.

"임기 내는 물론 지난 2020년부터 2년을 돌아보면 그저 아쉽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된다. 공보의들이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하고 항의를 하고 요청해도 응답하지 않은 정부를 보며 의문을 갖기도 했다. '공보의의 의견은, 현장의 목소리는 궁금하지 않은건가?'하고. 한 번이라도 우리 의견에 귀 기울였다면 그 수많은 문제를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흘러간 시간이 아쉽고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은 목소리 내기를 그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거리에서 병원까지, 선별검사소부터 중환자 병상까지 코로나19 현장 가장 구석구석에서 일하며 현장의 문제를 맞닥뜨리고 해결법을 체득한 것이 바로 공보의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대한 장기전략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금만 바꿔도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지점은 누구보다 많이 고민해왔고 파악하고 있다. 공보의들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적어도 이전에 겪은 문제가 반복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임진수 회장은 최근 청년의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방역당국이 현장 공보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질병관리청 역학조사팀에서 일하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임진수 회장은 최근 청년의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방역당국이 현장 공보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질병관리청 역학조사팀에서 일하고 있다.

- 지난해 3월 임기를 시작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에 들어가면서 희망을 말하던 때다. 하지만 임기 종료를 앞둔 지금은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급증으로 의료체계 위기를 말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대응을 어떻게 보고 있나.

대공협 회장 취임 당시가 한참 예방접종센터 운영 계획을 세우던 때였다. 백신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컸다.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끝난다’고 목표의식이 분명했고 갈 길도 확실했다. 1년이 지나가는 지금, 그때의 목표와 방향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장의 사기도 떨어졌고 그저 하루하루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 역학조사 단계에서 문제가 터지면 인력을 끌어다 배치하고 치료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거기에 인력을 배치하느라 역학조사 문제는 밀려나는 식이다. 최악만 면하려다 보니 문제가 돌고 돌기만 하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가시적인 목표와 계획이 없으면 현장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 어렵고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 이런 상황에서 공보의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지난 2년간 진단과 역학조사, 환자 진료까지 모든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그동안 공보의가 '갈려나갔다'는 말이 나온다.

예방접종센터, 역학조사반, 생활치료센터, 중환자 병상까지 너무 많은 곳이 공보의 인력에 의지하고 있다. 긴급상황마다 방역 당국이 기댈 수 있는 인력이 공보의 밖에 없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대응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거나 양성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그렇다고 기존 인력의 처우나 업무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도 않았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제라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인력 증원, 추가 수당 지급이나 인상, 업무 효율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특히 업무 효율화가 절실하다. 실효성 있는 계획 수립이 어렵다면 현장 공보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대응 전 과정을 최전선에서 직접 겪은 사람들이다.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늦더라도, 힘들더라도, 지금이라도 나아질 방안을 함께 찾자는 뜻이다.

- 공보의 처우 개선 요구도 이어졌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오히려 가중되는 양상이었다.

처우 문제에 접근하는 당국의 자세가 아쉬울 따름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공보의 처우 문제가 전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의사로서 소명의식이 있고 국가 위기상황에서 최전선에 나선다는 자부심이 컸으니 감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보의들 생각이 이렇다고 해서 정부까지 똑같이 생각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안 됐다. 지금 방역 대응 수준에서 처우가 적절한지, 불합리한 부분은 없는지, 행정 절차는 계획대로 이뤄지는지 계속 점검하고 개선해야 했다. 지난 2년간 이런 프로세스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수당 인상을 떠나서 최소한 미지급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나. 공보의들이 당연히 받을 돈을 못 받아서 담당자를 찾아다니며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파견 인력과 수당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현장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으니 처우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어긋났다. 이 문제를 단순히 수당이 많고 적음으로 압축하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가 현장의 시선에서 본질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느냐다. 정부가 이런 메시지를 내야 현장에서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의지를 다진다. 앞으로 정부의 변화가 있길 바란다.

- 정부의 소통과 계획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확진자 폭증으로 일상회복이 중단되자 결국 대통령이 "준비가 부족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일상회복 준비 단계에서 전문가들은 철저한 역학조사를 바탕으로 위드 코로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 이미 확진자는 2,000명 선이었다. 지역에 따라 보건소가 하루 70명씩 역학조사해야 하는 규모다. 하루 20명을 소화하는 역량으로 3배 이상을 감당하고 있었다. 보건소 소장부터 전체 인력이 다 매달려도 역부족이었다. 정밀한 역학조사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여기서 3~4배 이상 더 는다고 예상했다. 공보의 몇 명 더 배치하고 추가 인력을 데려온다고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인력이 아니라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했다.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류, 보고 절차를 최대한 간소하게 바꿔서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했다.

정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견 수렴이나 준비 없이 위드 코로나는 시작됐다. 지금 확진자 10명 중 7명은 어디서 전파됐는지도 모른다. 개선할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하지 않아서 막을 수 있는 감염을 막지 못했다. 추적 단계(Trace)에서 과부하가 일어나니 부담이 치료 단계(Treat)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 마찬가지로 병상 배정 과정에서도 시스템 문제가 불거졌다. 수도권 병상 배정 과정에서 공보의들이 카카오톡에 의존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현재 수도권 병상배정반 인력을 늘려 공보의와 군의관 등 60명 이상이 배치된 것으로 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인력이 아니라 시스템 문제다. 그 인력이 아직도 수기와 전화로 일하고 있다. 시스템만 제대로 구축했어도 그 인원은 다른 업무를 할 수 있었다. 자동 병상 배정 시스템 구축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한다. 현장에서도 계속 문제제기를 했고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끝내 적용되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병상과 구급차 배차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니 의료, 행정, 이송 파트 모두 힘들어졌다. 현장이 힘들면 지휘 라인도 힘들어진다. 시스템은 없고 업무는 비효율적인데 해야 할 일은 계속 쌓여만 갔다. 그러면서 이제 모두가 조금씩 잘못하게 됐다. 여기서 누가 조금 늦고 저기서 누가 무언가를 놓쳤다. 그 작은 잘못들이 모여서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 코로나19로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의료취약지 문제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공보의와 의료취약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근 울릉의료원이 필수진료과 공보의를 배정받지 못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섬 지역은 근무여건이 특히 열악해 공보의들이 복무를 피하고 싶어 하는 곳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역 의료공백 문제는 ‘왜 이 지역은 전문의가 오지 않나’가 먼저다. 공보의에만 기대는 현재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 배치된 공보의가 3년간 복무하며 ‘여기서 전문의 생활을 이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그런 고민 없이 기피 지역으로 내버려 두고 공보의 추가 배치 방안만 궁리하면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문의 또는 복무를 마친 공보의가 정착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공보의 인력을 대하는 지자체 담당자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다행히 올해 법이 개정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은 공보의 배치를 철회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협의회 차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섬 지역은 근무 강도에 비해 제약은 더 많다. 복무 지침 유연 적용이나 별도 수당 보전이 필요하다. 업무 난이도에 따른 차등 지급 방안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업무 난이도를 정량화해 상대 평가하는 방식은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 앞으로 남은 임기는 어떻게 쓸 계획인가.

공약 사항을 최대한 이행하고자 한다. 지자체 역학조사관으로 일한 공보의들이 ‘업무 활동 장려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아직도 질병청에서 나오는 수당으로 가름하는 지자체가 많다. 복지부에 실태조사를 요청해 이번에 결과가 나왔다.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지급분이 제대로 지급되게 할 생각이다. 이번 수당 인상분도 소급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협의회 홈페이지와 연동한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을 마치고 내부 테스트 단계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많지만 그래도 공보의들이 가장 많이 찾고 목소리를 내는 곳은 협의회 홈페이지다. 좀 더 편하게 민원도 넣고 서로 논의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

자체 공모전과 시상식도 기획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공보의들의 미담을 수집할 생각이다. 최근 섬에서 복무하던 소아청소년과 공보의가 신생아를 안고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 육지로 나오다 물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아기부터 구해서 병원에 옮기느라 자기 몸도 못 돌보고 짐도 물속에 다 버렸다고 한다. 온갖 악조건 속에서 공보의들이 고군분투하지만 세상에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끼리라도 격려하고 조금이라도 알려보고자 한다.

-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 대응부터 공보의 현안까지 처음 뜻대로 이루지 못한 부분이 많아 아쉽다. 그래도 협의회의 존재만으로 위로받았다는 회원들의 말에 스스로 위안이 됐다. 지난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을 겪으면서 젊은 의사들이 ‘단체’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많이 잃었다. 협의회가 그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졌으면 한다. 그리고 이런 관심이 협의회 회무로 이어졌으면 한다. 현장에서 직접 해볼 때 비로소 알게 되고 보이는 것들이 있다. 회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뜻 있는 분들이 등장해 협의회를 이끌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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