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난상토론③]
무자격자 불법 수술 ‘강력 처벌’ 한목소리
교수가 20%만 하고 나머지는 전공의가 했다면?
‘대리수술’ 범위도 명확지 않은 상황
“현 상황에서 CCTV 설치하면 논란만 가중”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국민의 98%는 찬성하지만 의사들은 부작용이 더 크다며 반대한다. 이미 국회에는 관련된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3건이 발의돼 7월부터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의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직역이기주의’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청년의사는 창간 29주년 특집으로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의 본질에 접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좌담회는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1부2부로 나뉘어 방송된다.

인천과 광주 등에서 무자격자가 불법으로 수술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논의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무자격자 불법 수술에 대해서는 환자단체나 의료계 모두 강력처벌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여러 의사가 참여하는 수술은 어떨까? 집도의가 전체 수술 과정의 20%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다른 의사가 했다면 대리수술로 봐야 할까? 교수가 참관하고 수술 대부분은 전공의가 했다면?

청년의사 창간 29주년 특집 좌담회에 참석한 환자단체나 변호사, 의사들 모두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면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이 수련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쳐 수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 박재영 청년의사 편집주간
패널: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응급의학과)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장(정형외과)
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왼쪽부터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김선욱 세승 변호사,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장.
왼쪽부터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김선욱 세승 변호사,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장.

박재영: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의가 시작된 계기가 이른바 ‘대리수술’ 사건 때문이다.

박종훈: 대리수술도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수술하는 경우인데 이것은 대리수술이라기보다는 불법 의료행위다. 또 하나는 환자가 생각했던 의사가 아니라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경우를 말한다.

박재영: 원래 수술하기로 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것은 불법인가.

김선욱: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리수술이라는 말 자체가 법률용어는 아니다. 본인이 할 수가 있는데 전문적인 지식이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시키는 게 대리다. 소송 시 변호사는 법률대리인으로 법정에 나간다. 그런데 그 변호사가 바빠서 다른 변호사에게 맡기면 복대리(複代理)가 된다. 환자와 의사 간에도 치료 위임계약이 기본적으로 되어있다. 이걸 쉽게 이야기하면 대리권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의사가 환자에게 미리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복대리 의사들도 있다고 설명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복대리 권한이 유효하다. 만약 환자가 그런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일이 벌어졌다면 치료위임계약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때 형사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윤구현: 논란이 됐던 사건이 지난 2016년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했었다. 해외학회 참석 중인 의사가 그 기간에 수술을 했다고 기록으로 남아서 논란이 됐다. 그런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고 자체 징계로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박종훈: 우리가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고 그런 것들이 논란을 키워 왔다. 그런데 선택진료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외래에서 진료한 의사가 수술 시 어디까지 맡아야 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공부하기 위해 독일에 갔을 때 수술 2건을 참관하기로 했다. 그런데 수술을 하는 의사가 알고 있던 의사와 달랐다. 수술하기로 했던 의사에게 왜 수술을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본인이 직접하지 않고 밑에 사람이 하면 된다고 하더라. 그래도 되냐고 물었더니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는 선택권이 없다고 하더라. 우리나라는 선택진료제를 없앴을 때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김선욱: 좋은 지적이다. 불법이란 개념을 정확히 해야 할 것 같다. 치료위임계약은 기본적으로는 환자하고 병원 사이의 계약이다. 병원이 이를 지키지 못했다면 계약 파기거나 위반이다. 계약 위반이 불법이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우리가 평상시 쓰는 불법은 형사처벌 받게 되는 것들이다. 당사자 간 계약을 떠나 그 내용이 전체 사회 질서로 봤을 때 형사처벌 받아야 한다면 불법이라고 보통 얘기한다. 그런데 지금은 혼용돼서 쓰이고 있다.

엄밀히 얘기하면 환자와 병원 간 계약에 선택진료가 들어간다면 치료위임계약 중 특약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불법은 아니지만 계약 위반일 수는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여러 페널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술실에 원무과장 등 무자격자가 들어와서 수술했다면 계약을 깬 것뿐만 아니라 불법이 된다.

큰 대학병원의 경우 암묵적으로 적절한 인력이 수술 시 지원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너무 포괄적이고 나를 수술할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에 들어가는 주치의는 누구이고 관여하는 의사와 스태프는 누구인지, 수련병원이기에 인턴과 레지던트가 참관하거나 수술 보조도 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환자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불법 대리수술 문제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구현: 선택진료제도가 없어진 것과 의사를 선택하는 게 없어졌단 건 다른 의미라고 생각한다. 선택진료비가 없어진 것이지 환자가 병원에 갔을 때 특정 의사가 나를 담당하게 된다라고 인지하는 게 없어진 것은 아니다. 만약 수술실에서 환자 동의 없이 의사가 바뀌는 게 용인돼야 한다면 외래 진료도 그렇게 바뀌는 게 용인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박종훈: 그 지적도 이해된다. 유럽의 경우 선택진료제가 있다. 선택진료가 아닌 경우 ‘팀 어프로치(team approach)’다. 병원은 의료의 질을 책임져야 한다. 의료 질을 책임진다는 한에서 팀 어프로치를 하고 환자도 동의한다. 아무나 수술을 시킨다는 게 아니다.

윤구현: 유럽은 강력한 의료전달체계가 있고 그로 인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병원이 제한된다. 주치의 이외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아주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그 의사가 ‘당신은 이런 병이니 이런 병원을 가세요’라고 지정하면 반드시 그곳에 가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환자가 자유롭게 어떤 의료기관이든 선택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에서는 다르다.

박수현: 환자들이 생각하기에 우리는 선택권이 이만큼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 외래 진료에서도 많은 환자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환자가 선택하는 의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수술을 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윤구현: 이 부분이 핵심적인 주제라고 생각한다.

여한솔: 수술 동의서를 받을 때나 진료를 시작할 때 미리 고지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담당 의사가 수술이 진행될 때 일이 생겨서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동등한 실력을 지닌 의사가 집도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그가 누군지 명확히 하면 된다. ‘내 수술에 누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이 문제는 CCTV를 통해 해결되지 않는다.

교수 “CCTV 찍히고 있다면 전공의 수술 기회 주기 힘들다”
전공의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박재영: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 전공의 수련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수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종훈: CCTV가 돌아가고 있다고 인지하고 수술을 들어가는 순간 계속 거기에 신경을 쓸 것이다. 멀리서 수술실을 찍는 CCTV 영상으로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수술하는 의사의 부담감만 가중될 것이다. 수련교육기관인 대학병원에서는 수술을 하면서 제자를 가르쳐야 하지만 CCTV가 찍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시키지 못할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하고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마 그렇게 되면 대학병원에서 현재 하는 전체 수술 건수의 절반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여한솔: 전공의들이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됐을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혹시나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수술 현장에서 적극적인 처치를 하지 못하고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간단한 충수돌기절제술이나 담낭절제술은 전공의 3~4년차가 교수 참관 하에 집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CCTV로 모든 상황이 노출되고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수술실 상황을 다 지켜보는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그런 환경에서는 수련받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의대생이나 인턴 입장에서 그런 의료체계를 보면서 외과를 전공하고 싶어 하겠는가. 장기적으로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다른 나라 의사를 불러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부분도 논의 과정에서 고려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부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충분히 알려졌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동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모르겠다.

박수현: CCTV가 설치돼도 수술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응급실에서 상처 부위를 봉합할 때도 ‘다시 봉합하면 더 예쁘게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해도 보호자가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으면 혹시나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어 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으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들은 외과 등 기피과이고 이 부분은 필수의료와도 연결된다. 문제가 생기면 뒤늦게 다른 법안을 발의해서 필수 의료인력을 충족시키겠다고 할 수도 있지만 (CCTV로 감시하는 상황에서) 수련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 의사들도 응급 수술을 집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 국민이 모두 감당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의사가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지만 결국은 의사가 책임지라는 것 아닌가.

김선욱: 이번 논란은 환자와 의사 관계에서 시작됐다. 수술에 참여하는 인력을 모두 공개하고 환자가 동의하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한때 의료기기업체 사람이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었다. 수술 시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도움이 필요한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도 다 공개했으면 좋겠다. 모든 상황을 다 공개하고 장점과 단점을 얘기해서 환자가 결정하도록 하면 된다. 환자와 의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윤구현: 수련교육 문제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수술을 3시간 정도 하는데 집도의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하고, 참여 시간은 얼마나 돼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답이 다 달랐다.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없다. 그래서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큰 논쟁이 될 것 같다. 오히려 긍정적이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형병원일수록 환자가 너무 많아 교수가 직접 하는 행위가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PA 문제와 수술에서 교수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박종훈: 중요한 지적이다. 핵심은 국민들이 인정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정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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