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난상토론②]
불법 대리수술 등 ‘문제 의사’ 처벌 강화 공감대
해법으로 제시된 수술실 CCTV 의무화엔 이견
“사건 터질 때마다 의료계는 뭐했나”
“CCTV 설치가 근본적인 해결책 될 수 없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국민의 98%는 찬성하지만 의사들은 부작용이 더 크다며 반대한다. 이미 국회에는 관련된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3건이 발의돼 7월부터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의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직역이기주의’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청년의사는 창간 29주년 특집으로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의 본질에 접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좌담회는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1부2부로 나뉘어 방송된다.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여론 설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의무화 요구 자체가 의료계 내에서 벌어진 불법 의료행위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청년의사 창간 29주년 특집 좌담회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요구를 의사들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 왔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같은 지적에 좌담회에 참석한 의사들도 동의했다. 불법 대리수술이나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의사는 그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의료 현장에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변호사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관련 기사: [창간특집] “수술실 CCTV 설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회: 박재영 청년의사 편집주간
패널: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응급의학과)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장(정형외과)
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왼쪽부터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김선욱 세승 변호사, 박재영 청년의사 편집주간,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장.

박재영: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이 국회에 처음 발의된 게 7년 전이다. 무자격자의 불법 수술 사건 등이 계기가 됐다.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구현: 어린이집 CCTV 설치 논의와 똑같다. 아이들은 피해를 당했을 때 그걸 본인이 증명하거나 설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CCTV로 감시하자는 게 취지였다. 이번 수술실 CCTV 설치 요구도 동일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마취된 상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할 수가 없기에 CCTV를 두고 확인하자는 취지다.

박수현: 기본적으로 수술실 CCTV는 일반 CCTV와는 다르다. 어린이집도 화장실에는 CCTV를 달지 않는다. 수술실에서는 환자의 신체가 노출된다. 민감한 부위가 노출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곳에서 다뤄지는 모든 상황이 질환을 추정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다. 때문에 방범용 CCTV나 어린이집 CCTV와 비교할 수 없다.

박재영: 수술실 CCTV 설치 요구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자격자 불법 대리 수술 사건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수현: 무자격자의 불법 대리 수술은 의사들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불법 대리 수술은 공장식 수술로 이윤을 추구하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환자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응급수술은 공장식으로 할 수도 없다. 결국 수술실 CCTV 설치로 응급수술이 방어적으로 진행될 수 있고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CCTV 설치를 강제화할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여한솔: 환자와 국민들에게 의사들이 반성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드렸으면 좋겠다. 선배 의사들이 잘못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전공의들도 문제라고 생각하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무자격자가 하는 대리 수술은 불법으로 근절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박종훈: 환자단체에서 드는 사례를 보면 이해는 된다. 우리가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다. 대안 없이 논란을 키워 온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 것을 용납할 의사는 없다. 용납 자체가 안 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성추행 등 강력 범죄를 일으킨 의사에 대해서는 아예 면허를 박탈했으면 좋겠다. 저도 같은 의사지만 주변에서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일인데 사건으로 나온다.

여한솔: 수술실 CCTV 설치는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있다. 윤구현 대표에게 묻고 싶다. 환자 개별 동의를 구하고 영상을 찍었는데 그 영상이 유출될 수도 있다. 그 피해는 어떻게 해야 하나.

윤구현: 의무기록에 준하게 관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의무기록이 유출되면 피해가 굉장히 클 수 있다. 성형외과에서 유령의사 논란이 있었을 때 자발적으로 CCTV를 설치한 곳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영상이 유출됐다는 사건을 들은 적이 없다.

여한솔: 결국 의사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인가.

윤구현: 만약 수술실 CCTV 영상 자료를 의료기관이 관리할 수 없고 책임지지 못하겠다고 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 관리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박종훈: 의무기록과 CCTV 영상 자료를 단순비교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또 고민해야 할 부분이 환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제도가 왜 다른 나라에는 없는가이다. 다른 나라는 의료가 완벽해서 그럴까. 미국에서 하려고 했었지만 폐기했다. 그들이 왜 폐기했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영국 등 환자 권익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예민한 나라들은 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았을까. 그 사회가 더 높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초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들은 왜 그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는지, 후유증은 없을지 등을 살펴야 한다. 현재 논의는 인권을 무시하는 측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재영: 환자단체 입장에서 수술실 CCTV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구현: 충격적인 사건이 몇 차례 있었다. 최근 발생한 불법 대리수술 외에도 지난 2019년 4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인턴이 수술실에서 마취된 여성 환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병원에서는 정직 3개월 처분만 내렸다. 그리고 지난달에야 검찰에 기소됐다. 그 이전과 이후에도 여러 사건들이 발생했는데 의료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가. 없었다.

박수현: 암담하게 생각한다. 제 옆에 있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고 하면 혐오스러울 것이다. 그 ‘엽기 인턴’을 적발할 수 있었던 것은 동료가 신고해서다. 그런 의사는 면허를 박탈하는 게 맞다. 그런 사람이 다른 직종으로 가서 일한다고 생각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수술실 CCTV 설치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수술실에는 집도의 외에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등 꽤 많은 의료인이 들어간다. 적어도 5~6명이 들어가 있는 수술실 안에서 성추행이 벌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내부 고발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공개되고 이를 숨기면 더 비난받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강해져 근절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한솔: 극단적인 사례들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벌어진 일들이지만 의료 현장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사건들은 아니다.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한다. CCTV 설치가 근본적인 답이 된다면 모든 직종에 다 설치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음식점들이 식품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문제라면 모든 음식점에 CCTV를 설치해야 하고 학교 폭력이 문제라면 학교에 CCTV 설치해야 한다.

CCTV 설치가 근본적인 답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법이라는 것은 최후에 동원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 이전에 시도할 수 있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있다. 반(反)의사 정서나 국민적 반감이 개입돼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있었던 의사 파업에 대한 정치적 협박이라고까지 느껴진다. 의사들이 우려하는 부작용에 대해 국민들이 인지하고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친 뒤 설문조사를 진행해도 98%가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할지 모르겠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불러올 부작용을 인지한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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