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대구가톨릭대, 전 세계 23개 도구 분석
서양·여성 중심 한계 드러나…아시아권 도구 부족

국립암센터 진단검사의학과 공선영 교수(왼쪽)와 유방암센터 정소연 교수(사진제공: 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 진단검사의학과 공선영 교수(왼쪽)와 유방암센터 정소연 교수(사진제공: 국립암센터)

유전성 암 환자와 가족을 돕는 ‘의사결정 지원도구(Decision Aid Tool)’가 효과는 있지만 서양 여성 중심으로 설계돼 아시아 환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 정소연 교수와 진단검사의학과 공선영 교수 연구팀은 대구가톨릭대 간호대학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개발된 23개의 지원도구를 분석한 결과, 81% 이상이 북미와 유럽에서 개발돼 아시아권에서 실제 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 ‘Outcomes and effectiveness of decision aids for families affected by hereditary cancer syndromes: A scoping review’는 국제학술지 ‘Genetics in Medicine’에 게재됐다.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환자와 유전성 암 고위험군은 유전자 검사, 예방 수술, 자녀 계획 등 삶 전반에 걸쳐 반복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결정은 암 치료 방향뿐 아니라, 생활 방식, 가족의 유전검사, 미래 자녀 계획과도 관련돼 환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준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의사결정 지원도구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도구의 개발 현황과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부족하다.

이에 연구팀은 지난 15년간 개발된 23개의 지원도구를 대상으로 개발 현황과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의사결정 지원도구를 유전 상담과 함께 활용하면 환자의 의사결정 역량이 향상되고, 갈등은 줄며 선택 만족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도구의 종류와 대상은 제한적이었다.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 여성을 위한 도구는 많았지만 기타 유전성 암, 남성 환자, 가족을 지원하는 도구는 매우 드물었다.

주저자인 대구가톨릭대 간호대 박선영 교수는 “서양과 백인 여성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의사결정 지원도구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도구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은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유전성 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료 부분에서 환자와 의료진 간의 ‘공유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도구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적용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국립암센터가 주관한 ‘암생존자 헬스케어 연구사업(23F1940)’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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