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약심,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 의견 엇갈려
"제형 변경은 현 희귀약 '혁신성' 기준 아냐"
한국얀센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방광암 치료제 ‘TAR-200’이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한 첫 관문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얀센이 신청한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가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국내 환자들의 신속한 치료 접근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공개한 중앙약심 회의록에 따르면, 이달 7일부터 9일까지 서면심의를 통해 'TAR-200'의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 타당성 여부가 논의됐다.
그러나 위원들의 의견은 지정의 타당성을 인정하는 측과 부정하는 측으로 엇갈렸다.
긍정적인 의견을 낸 위원들은 TAR-200이 기존 치료법 대비 의미 있는 유효성 개선을 보였다는 점에서 희귀의약품 지정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초기 임상 결과에서 보여준 83.5%라는 완전반응(CR) 비율과 13.9개월이라는 반응지속기간은 방광절제술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반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 위원들은 "TAR-200이 기존 약물의 제형 변경에 불과하다”며 희귀의약품 지정 요건인 '현저한 유효성 개선'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직접 비교 임상시험 결과 확보 후 재검토가 바람직하다"는 보수적 접근이 다수 제시됐다.
희귀의약품 지정 시 국내 혜택…얀센, 초반 전략부터 흔들리나
국내에서 희귀의약품 또는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될 경우, 식약처는 품목허가 시 우선심사, 자료제출 면제 일부 인정, 비용 지원, 건강보험 등재 시 약가 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국내 환자 수가 적어 신약개발이 어려운 질환일수록 이러한 제도는 빠른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한다.
때문에 엇갈린 중앙약심의 의견은 한국얀센의 초반 전략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식약처의 최종 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희귀의약품 지정에 실패할 경우 추후 환자의 치료 접근성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TAR-200은 방광 내에 삽입돼 '젬시타빈'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방식의 약물전달 시스템이다. 비근침윤성 방광암(NMIBC) 중에서도 BCG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고위험군(HR-NMIBC)을 대상으로 개발됐으며,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비뇨기과학회(AUA 2025)에서 TAR-200의 글로벌 임상 2b상 SunRISe-1 연구(Cohort 4) 결과가 발표됐는데, 이에 따르면 TAR-200 단독요법은 6개월과 9개월 시점에서 각각 85.3%, 81.1%의 무병생존율(DFS)을 기록했고, 방광보존율은 94.2%에 달했다. 진행률이 높은 고위험 고등급 환자에서 이 같은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환자 중 95.6%가 9개월 시점에서 진행 없이 생존했고, 전체생존율은 98%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의 방광절제술 중심의 치료 전략에 대한 대안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TAR-200은 국소 삽입형 시스템으로 짧은 외래 시술만으로 투약이 가능하며, 마취 없이도 삽입할 수 있어 고령 환자나 수술에 적합하지 않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 불편·순응도 우려도…직접 비교 임상 필요 지적
일부 중앙약심 위원들은 "TAR-200의 장치형 제형은 기술적 혁신성은 있으나, 장기간 삽입에 따른 환자 불편 및 순응도 저하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출된 임상자료에서는 "전체 피험자의 약 48.1%가 삽입을 건너뛰었고, 28.2%는 조기 제거한 사례도 있다"고 보고돼 있다.
또한 기존 BCG 병용 치료나 다른 면역항암제와의 직접 비교 결과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실질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직접 비교(head-to-head) 임상 등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TAR-200은 지난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BTD)'을 획득했으며, 2025년 1월에는 Real-Time Oncology Review(RTOR) 프로그램을 통한 신약 허가 신청도 완료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TAR-200이 빠른 시간 내에 허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와 비교해 국내에서는 아직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자문 결과를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얀센의 국내 도입 전략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희귀의약품 지정 여부는 단지 혜택 문제가 아니라 환자 치료 접근성과도 직결된다”며 “글로벌과의 시차를 줄이기 위한 식약처의 정책적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